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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율주행기업 韓 대표 "신기술 내재화는 점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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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담=황종덕 혁신전략팀 부장
  • 정리=조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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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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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 정진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한국 대표

美 자율주행기업 韓 대표 "신기술 내재화는 점진적으로"
"나의 현재 비즈니스가 와해 당하는데, 양손 들며 환영할 기업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플랫폼 기업인 어플라이드 인튜이션(Applied Intuition)의 정진 한국 대표(사진)는 "해외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한국 대기업의 혁신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라며 "와해성 신기술을 내재화하는 과정은 점진적이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사업영역을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하는 해외 대기업의 경우도 내부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믿을만한 데이터를 도출해 검증되었다고 판단될 때 전사로 접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대학교 때부터 30년 가까이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온 '원칙주의자'다. 전공부터 전산과 통계(서울대 계산통계학 91학번)다. 졸업 후 신세기통신 전산시스템 운영을 첫 사회경력으로 삼은 후 2000년 무선인터넷이 각광받기 직전, 해당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혁신을 이끌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오픈웨이브의 엔지니어링, 지금은 대세가 된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초창기 한국 진출 등의 일을 해왔다.

한마디로 와해성 신기술을 한국에 소개하고, 이를 활용해 한국 기업들이 디지털 기업으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돕는 변화 촉진 엔지니어링 전문가다. 공학도의 시야를 사업적으로 넓히기 위해 경영(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 MBA)도 공부했다.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기업의 변화를 돕는 컨설팅을 10년간 해오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진출한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에 합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美 자율주행기업 韓 대표 "신기술 내재화는 점진적으로"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에 탑승(On board)한 이유는?
▶아마존 웹서비스처럼 앞으로 대세가 될 자율주행 분야의 인프라를 한국에 소개한다는 것이 가슴을 뛰게 했다. 특히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직원 대다수가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 AV)를 가장 먼저 실험해 왔던 구글, 웨이모, 테슬라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엔지니어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환상의 팀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4년이 채 안 걸려 글로벌의 내로라는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유치했고, 고객사가 있는 디트로이트, 뮌헨, 동경, 서울에 진출해 있다.

-신생 기업으로서 글로벌 자동차 가치사슬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데이터로 신뢰도를 검증하면 의외로 변화를 받아들인다. 자율주행은 데이터에 기반한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데이터가 많을 수록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와 그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인프라가 있느냐가 핵심이다. 일본 핵심고객인 도요타는 스스로 가장 믿을 만한 자신들의 데이터를 활용할 뿐 아니라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개발도구를 활용하면서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호응했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개발하며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어떻게 도움을 주나?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개발도구 인프라를 활용하면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주변차량과 행인들의 돌발 환경, 비, 눈, 안개 등 날씨 환경, 전세계 다양한 도로 환경에 대한 가상 환경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 고객의 자율주행차를 100만대 동시에 주행하며 자율주행에서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도출해 낸다.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운전자의 인식, 판단을 가상세계로 옮기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완성차 기업이 지닌 아날로그적 경험과 접목하면 빠르게 자율주행 디지털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만들지 않고 도구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는 이유는?
▶최종 소비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산업이 성장할 때 기술을 기업·대중에게 확산시킬 때는 반드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구의 혁신이 선행됐다. 금을 캘 때 곡괭이, 삽 외에 금광용 레일, 운반 도구뿐 아니라 청바지, 텐트 등이 같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1849년 골드러시는 없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실리콘밸리에서 아이폰용 모바일앱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은 몸값이 천정부지였고 품귀였다. 지금은 고등학생도 앱을 개발할 수 있다. 그간에 개발 도구들이 그만큼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서 시뮬레이션이나 소프트웨어 기존 도구는 설계(CAE/CAE/CAM), 측정, 제어, 동역학 실험 등을 위한 것이었다. 자율주행을 위해 필요한 인지, 판단 등 자율시스템 개발을 위한 도구는 완전히 초기단계이며 발전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프랑스, 스웨덴과 같은 모빌리티 선진국보다 한국에 먼저 진출한 이유는?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네번째 진출 국가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계 스타트업들 및 한국 대기업들과 일을 해오다 한국 본사와 한국시간에 한국어로 일을 하기 위해 진출한 것이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철학은 '원팀'(One Team)이지만 지역(Local)의 문화와 생태계를 그대로 존중하며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사(Headquarter), 지사(branch)와 같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오피스, 한국 오피스, 독일 오피스와 같이 말하는데 이는 공동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카사르 유니스가 사회 경력 초기에 일본 보쉬(Bosch)에서 일하면서 지사와 본사의 역할 구분은 고객중심으로 전체 직원과 사업을 아우르는데 방해가 된다고 깨달으면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고객과 함께 할 때 산업생태계 변화에 효과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우선 진출 국가라고 판단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 이외에도 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조선·해양, 중공업, 엔지니어링·건설, 국방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와해성 기술의 한국 전파와 한국 기업 체질개선을 해 온 경험에 비춰 기존 아날로그 제조업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일 때 고려해야 할 점을 조언한다면?
▶기존 소프트웨어 중심이었던 ERP(전사적 자원관리) 등에서는 계획을 잘 세우고 실행을 잘하는 것이 중요했다. V모델과 같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방법론이 잘 맞았다. 반면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데이터와 협업이 성공 요인이다. 자율주행차의 실패 사례를 사전에 다 계획해서 요구사항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데이터를 꾸준히 수집하고 그에 맞게 알고리즘을 훈련시키고 요구사항이 수정되어 간다. 데이터 수집, 분석, 알고리즘 개선, 차량에 적용하는 프로세스는 차량이 출시되고 나서도 끊임없이 반복된다.

자동차를 'carness'(자동차적) 요소와 'phoneness'(스마트폰적) 요소로 나눈다면 phoneness 요소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차를 타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자율주행차 회사와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량 수백만대를 가상의 공간과 온갖 위험한 상황과 악천후에서 누비게 하면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회사와는 안전성, 편의, 시의적절한 시장진출 등 3가지 모두에서 경쟁력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조직체계나 기업문화도 달라져야 하는가?
▶계획과 실행을 최적화하는 프로세스와 조직체계는 데이터와 협업을 최적화하는 프로세스와 조직체계와 다르다. 관련 전공자만 뽑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센티브가 다르다. 육군은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체계로 상명하복이 강조된다. 해군은 협소한 공간에서 일사 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므로 규율이 더 강조된다. 반면 공군은 한명 한명이 자율적으로 전투를 해야 한다. 자율성이 높아야 하고, 그래서 문화가 다르다.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를 하기 힘든 것은 비단 한국만의 어려움은 아니다. 폭스바겐 CEO는 전기차까지는 만들겠는데 소프트웨어는 어렵다고 하면서 개발자 1만명 고용계획을 냈다. 기계를 평생 다룬 중간관리자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데리고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공수부대를 점프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탱크부대 중령이 이끌거나 해병대 중대를 육군 대위가 이끄는 것의 어려움에 비유하고 싶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한국 사업 비전은?
▶단기로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완성차 기업, 그리고 그들의 협력사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돕는 일을 집중할 것이다. 인접 영역으로는 K-배터리 기업이 강한데 그 기업들이 테슬라의 BMS(배터리관리시스템)에 버금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돕는 일 등을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방에도 무인화가 필수적인 만큼 협업의 여지가 크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과 한국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는 일을 꾸준히 추진하고자 한다.

-한국의 기업이 서구 또는 일본 기업보다 혁신기술을 도입하는데 느리다는 대중의 인식이 틀렸다고 보나?
▶겉으로 보기에 느리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전세계 어디든 대기업은 외부의 새로운 혁신을 받아들이는 데 느리다. 기존 사업을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잘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인 것이다. 사업을 잘할수록 조직과 프로세스가 사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전혀 다른 방식의 프로세스와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는 장애가 된다. 따라서 자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성공사례가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첨예한 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의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탈바꿈한 유일한 대기업이었다. 자동차에서도 전기차 및 자율주행을 개발하는데 현대차의 행보가 다른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기업과 비교할 때 무척 빠르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면 기존 최적화된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조직을 확 달궜다 서서히 조정하는 변화(annealing)를 잘한다. 와해성 기술을 내재화하는데는 점진적 개선의 방법이 효과적이다.

-점진적 개선의 방법을 좀더 설명한다면
▶조금이라도 현재 하는 일을 개선하는 분야에 우선 적용해 보는 것이다. 시간이나 비용이 절약되는 것을 금방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용해 보면 많은 돈, 시간, 사람을 투입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 신제품 출시, 제품 출시 기간 단축과 같은 지표(메트릭·Metrics)는 단기간에 측정하기에는 너무 큰 지표다.

한두 명의 사람이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영향력을 찾아내고, 모범 사례를 전파하는 팀을 만들고, 팀이 여러 다른 팀을 도와주는 것으로 확장하는 변화관리 역량을 갖추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검증이 끝난 사례를 확산하는데 조직논리, 사내 정치논리로 주저한다면 성공은 요원하다. 따라서 최고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를 소통하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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