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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4조원, 공무원 연금은 누가 대나요[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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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권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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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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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공무원의 하소연을 우연히 듣게 됐다. 그는 최근 기대보다 낮은 근무성적평정(근평)을 받아 승진 대상에 들지 못했다. 항의를 하니 부서장은 육아휴직을 다녀온 것을 이유로 댔다. 부서장은 "휴직하지 않고 근무를 더 한 직원들에게 근평을 주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했다고 한다. 공무원은 말했다.

"부서장은 곧 퇴직할텐데 그럼 매달 300만원 가까이 공무원 연금을 평생 받아요. 그 연금은 누가 주나요. 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 내는 세금이잖아요."

결국은 우리 아이들이 퇴직공무원들을 먹여 살리는 건데, 그 아이들을 키우려고 휴직했다고 불이익을 주면 되냐는 것이다.

그 공무원 말이 맞다. 국가가 향후 공무원, 군인연금으로 지불해야 할 돈을 뜻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기준으로 1044조원에 달한다. 국가부채 1985조원의 절반을 상회한다. 모두 미래 세대가 내는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그 연금 혜택을 보게 되는 공무원도 미래의 납세자를 키우는 행위에 불이익을 주는 게 현실이다. 그걸 '형평'으로 알고 있다. 공무원이 이런데 사기업 종사자는 오죽할까.

저출산의 심각성은 말해야 입만 아프다. 가까운 미래에 병역자원이 고갈될 것을 우려해 여성 징병제를 공론화하는 상황까지 왔다. 작년 출생아 수가 27만2000 명이다. 이 가운데 남아는 절반을 약간 넘는다. 15만이 채 안되는 작년에 태어난 남자아이가 모두 군대에 간다고 해도 50만 군대를 유지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군대 없는 나라'를 막기 위해 모병제든, 여성징병제든, 용병제든 대안으로 굳이 배제해야 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인구 감소 시대에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는 것은 여성만이 아닌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통계가 입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이후 2018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경제활동 인구 증가 속도가 15세 이상 인구 증가 속도를 항상 앞질렀다. 남성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은 정체된 반면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빠르게 늘었다.

이를 통해 인구 저성장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이 어느 정도 저지됐다. 아직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보다 약 20%포인트 낮다. 앞으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려야 잠재성장률이 급전직하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지목한다.

여성이 과거 남성들이 점유했던 영역에 진입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젠더 갈등'이 일상화하고 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남성의 '파이'를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장률을 방어해 사회 전체의 '파이'가 작아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여성의 진출이 늘어날수록 저출산의 악순환은 깊어진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대단히 힘들다. 업무와 육아를 함께 감당하기는-조부모가 한집에 살면서 아이를 길러주거지 않는다면- 더 힘들다.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게 살고, 복지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했던 우리의 부모세대는 훨씬 더 많은 아이를 낳아 길러냈다고 하지만,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윗세대엔 경제적인, 문화적인 이유로 '여가'라는 게 없었다. '여가'라는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이 적었기 때문에 유전자를 많이 퍼트릴 수 있는 다자녀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즐길 거리와 놀 곳 많아진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저출산은 여가의 확대와 함께 생겼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여성의 진출을 늘리면서도 저출산 속도를 늦추려면, 출산과 육아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여줘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당장의 불편과 소극적인 형평성 논리 때문에 현실에서 불이익이 사라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자고 일어나면 저출산 대책이 하나 추가되지만 성공한 대책을 꼽는 건 쉽지 않다. 아이를 낳게 하려면 아이가 핸디캡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현장의 불이익을 해소해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이들이 감당해야 할 짐을 줄여주는 데서 저출산 대책은 시작해야 한다.
1044조원, 공무원 연금은 누가 대나요[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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