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주의·문화 알리는 게임만 허용"…황당한 中 판호 기준 논란

중국 국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정부가 국내 게임 판호(허가증) 발급 중단에 이어, 새로운 채점제를 도입해 중국 진출 장벽을 더욱 높였다. 특히 채점 항목에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부합', '중화 우수 문화를 전파 또는 확산 가능' 여부 등을 넣으며, 자국 게임 시장을 문화공정 '무기'로 사용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의 노골적인 문화공정 앞세운 판호2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위클리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부가 배포한 새로운 채점 제도를 이달 1 일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새로운 채점 제도는 크게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관념 지향 △원조 창작 △제작 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 정도 등이다. 각 항목별 최고는 5점이며, 평균 3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다만 한 항목이라도 0점을 받으면 판호 승인이 거절된다.


이중 문제가 되는 것은 '관념 지향'과 '문화적 의미' 두 가지 항목이다. 관념 지향에서는 게임 주제와 플레이어 역할 및 메인 플레이 방식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평가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화적 의미에서는 중국의 우수 문화 전파 또는 확산 가능 여부를 심사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사회주의 가치관과 중국 문화를 알리는 요소'가 게임에 포함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게임이 '친중' 성향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게임 내 사상과 문화 표현 등을 중국 정부 마음대로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게임 업체에서도 이 두 항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0점을 받지 않으려면 중국 정부에 입맛에 맞게 게임 내용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게임 초기 버전에 잦은 오류 또는 '수정 과정 중 불성실한 태도' 등의 상황이 있을 시 이에 맞춰 감점하겠다는 부분 또한 향후 역사 왜곡 가능성을 야기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채점제 도입이 명확한 기준이 없던 중국 판호 발급에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외산 게임을 막기 위한 것보다 중국에서 쏟아지는 질 낮은 게임을 걸러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기준을 외산 게임에 과도하게 적용할지 당장은 확인이 어려운 만큼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한국은 진출 못하는데…국내 시장 판치는 中 게임

한복공정 논란을 일으켰던 중국 게임 샤이닝 니키 /사진=페이퍼게임즈

중국의 이 같은 변화는 한중 게임 산업 간 무역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2017년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사드) 도입에 반발해 이른바 '한한령'을 내린 이후 국내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다 지난해 12월 컴투스 '서머너즈워'를 3년만에 내줬다. 하지만 이후에도 판호발급에대한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중국산 게임은 아무런 규제 없이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시장을 누비고 있다. 기존 인기게임인 '기적의 검'과 '라이즈오브킹덤즈' 등이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원펀맨', '삼국지 전략판' 등 신작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중국 게임은 한복, 갓 등의 우리 전통문화를 중국 것으로 주장하는 움직임도 있어 무역 불평등과는 또 따른 왜곡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중국 게임 '샤이닝니키'는 한국 출시를 기념해 한복 아이템을 내놨다. 그러자 중국 이용자들은 "한복은 중국 것이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게임사는 중국 여론만 살핀 채 한복 아이템을 파기하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지난 2월엔 '스카이: 빛의 아이들 게임'이 '갓' 아이템을 한국의 역사 모자라고 표기하자, 중국 이용자들은 "갓은 중국 의상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나 문화 전파와 같은 항목은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으로 중국 정부 입맛에 맞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부분"이라며 "판호 발급 여부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