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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미나리 같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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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8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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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미나리 같은 나라
"미나리는 참 좋은 거란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하든 다 먹을 수 있어. 맛있고, 아플 땐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wonderful)이란다"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에서 온 순자 할머니가 손자 데이빗에게 한 말이다. 척박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미나리의 삶은 힘들게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을 보는 듯하다. 누구든 향유할 수 있고, 약도 되는 원더풀 미나리. '미나리'를 만든 정이삭 감독은 왜 영화제목을 '미나리'로 했는지를 묻자 "미나리는 첫해는 수확이 안 나요. 다음 해부터 수확이 가능하지요. 저희 할머니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분의 삶은 매우 어려웠고, 성공을 경험하지 못했죠. 부모님과 우리 세대가 성공을 맛볼 수 있었어요. 그 희생을 기리고 싶었죠"라고 밀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이민자의 아들인 영화감독이 이민자였던 그의 할머니, 부모님 세대의 노력과 희생을 기린 영화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최근 100년 동안 한국만큼 대단한 역사를 만든 나라도 없다. 100년 전엔 한국이란 나라가 없었다. 일본의 식민지였다. '조선'이란 왕정국가는 무너지고 해방 후 몇 년 만에 한국전쟁이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70년 전의 일이다. 그후 한국은 비약적으로 성장해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0위가 됐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첫 사례다. 전쟁 직후인 1953년 국민 1인당 GDP는 53달러로 에티오피아와 비슷했지만 지금은 3만1000달러 수준으로 70년 만에 600배나 성장했다. 자본시장의 척도인 코스피지수는 1980년 이후 40년 만에 100에서 3200으로 32배 성장했다.

과거 성장신화를 만든 일본은 전후 40년 동안 장기성장을 이뤘으나 1990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후 아베노믹스로 겨우 성장세가 살아났으나 여전히 닛케이지수는 30년 전의 4분의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은 2000년 이후 글로벌 경제에 편입돼 고도성장을 하다 2007년 성장세가 꺾인 후 10여년 만에 성장률이 6%대로 반 토막이 나버렸다. 고도성장의 후유증과 미중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상하이지수도 당시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 전세계에서 우리와 가장 유사한 나라는 미국이다. 거대한 경제규모에도 혁신적인 성장을 통해 1972년 다우지수가 1000을 돌파한 후 50년 만에 34배 상승했다. 더 주목할 것은 세계 경제의 중심국인 미국과의 산업구조 및 신산업 흐름의 유사성이다. 미국과 한국의 주요 산업과 기업은 중후장대의 굴뚝산업이 아니다. 미래산업으로 불리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ICT(정보통신기술)기업들이 포진했다.

일부에서는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과 비교하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지만 당시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장밋빛 희망으로만 상승한 시장이지만 지금은 주류 대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실질적인 매출과 수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동성 공급까지 이어져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나타났다.

처음엔 척박한 땅에서 뿌리내리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그 성과물은 후대가 향유하는 미나리 같은 나라, 부자든 가난한 자든 나눠먹을 수도, 약도 될 수 있는 미나리 같은 경제. 이는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들떠서 지껄이는 허튼소리만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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