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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노형욱?[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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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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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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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5.4/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5.4/뉴스1
#. 취임 109일 만에 '불명예' 퇴진한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 국토부 공무원들은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던 장관"이었다고 평가했다. 변 전 장관은 사석의 저녁자리에서도 몇 시간동안 내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야기만 쉴새 없이 쏟아냈다고 한다. 수행 기사를 먼저 보내고 배우자가 운전하는 차로 귀가하는 동안에도 저녁자리서 나온 이야기를 카톡으로 정리해 보낼만큼 열정이 대단했다고 한다. 정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국장·실장을 거치지 않고 실무자나 과장들에게 불쑥불쑥 카톡을 보내와 직원들이 당황한 적도 많았다.

'서울 아파트' 공급 갈증이 심화된 시기에 취임한 그는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김현미 전 장관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공급이 정말 부족한 것인지, 실수요 혹은 가수요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한번 정한 정책 방향을 스스로 '유턴'하기 어려운 관료를 움직인 것도 그의 몫이었다. 전국 83만 가구 공급을 골자로 한 2·4 대책은 그렇게 나왔다. 변 전 장관은 다음 순서로 '주거복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싶어했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 땅투기 사태를 맞아 넉 달을 못 채우고 물러났다.

#. 바통을 이어 받은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여러모로 변 전 장관과는 다르다. 전임 장관이 교수 출신에 LH·SH에서 정책집행 경험을 쌓았다면 노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국무조정실에 굵직한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 왔다. 부동산 정책에 직접 몸 담은 적은 없다. 변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LH·SH 사장시절 회의록까지 소환돼 '사상검증' 수준의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면, 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마저 '역대급 노잼'(재미없음)에 가까웠다.

오랜기간 공직에 몸담은 정통 관료들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노 후보자를 탈탈 털어봤자 결격사유를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권 말기, 임기 1년의 장관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화력'도 많이 떨어졌다. 청문회는 저녁 9시 무렵 싱겁게 끝났다. 야당 의원들 조차 실수로 '후보자'를 '장관'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의 임명은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지역 민원성 질의를 하기도 했다. 노 후보자의 입장을 잘 알만한 한 고위 관료는 "지금같은 시기에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는 것이 도리어 부담이 될 것 같다"며 "10개월 남짓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고도 했다.

청문회가 '노잼'이었다고 부동산 시장까지 '노잼'은 아니다. 정부가 2·4 대책을 내놨지만 LH 사태가 터지면서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안정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LH사태 후폭풍으로 신규택지 13만 가구 공급계획은 돌연 연기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서울 집값이 2주 연속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노 후보자도 "주택시장은 과열의 지속이냐 안정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노 후보자가 벌써부터 스스로를 '관리형 장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청문회 답변서를 보면 본인의 역할을 '정책조율' '기존정책의 차질없는 추진" "정책의 완성"이라고 답했다. 밤까지 계속된 청문회 답변에서 그나마 새로운 건 김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GTX-D 노선의 합리적 방법을 찾아보겠다" 정도였다. 대부분 답변은 그야말로 모범답안이었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생각도, 본인의 철학을 반영할 의지도 없이 방어적인 장관으로 1년 내내 임기를 채우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재건축 안전진단에 대한 노 후보자의 '모범답안'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재건축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국토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자는 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안전진단은 구조안전, 노후불량 정도 등 재건축 필요성을 검증하는 수단"이라며 "제도 본래 취지와 달리 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다. 국토부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노 후보자 스스로의 '고민'은 없어 보였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단지 건물의 안정성과 노후도 측정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걸 국토부도, 서울시도, 노 후보자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집값 안정과 공급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은 오 시장이나 노 후보자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하는 국민들의 원성 역시 변 전 장관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관리·조율만 강조하며 '모범답안'만 내놓는 장관보다 부동산 현안에 적극적으로 덤벼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토부 장관을 기대해 본다.

'노잼' 노형욱?[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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