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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의 추억[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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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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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때부터 미술엔 문외한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잠깐 미술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또래 다른 아이들에 비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자 부모님께서 학교 입학전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라도 배워두라고 학원에 보내신 듯 하다. 그래도 남다른 창의력(?)은 있었다. 하루는 연필로 낚시하는 사람들의 밑그림을 그리고 검정색 크레파스로 도화지 전부를 새까맣게 칠했다.

뭘 그린거냐고 선생님이 묻자 자랑스럽게 "밤낚시"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를 따라 밤에 낚시를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경남 진해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조명이 거의 없어 어두컴컴한 곳에 낚시를 하는 모습이 뇌리에 박힌듯 하다. 최고의 작품을 선보였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어머니께서는 결국 내가 별로 미술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는 미술학원에 더는 보내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걸까. 그날 이후 그림 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실제 남들에 비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미술시간에 칭찬을 받거나 좋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 그렇게 미술은 내 인생에서 멀어져 가는 듯 했다.

#. 지난 2018년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방문했다. 때마침 러시아 출신 유명 화가인 마르크 샤갈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동행에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란 작품을 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그런 그림은 없다"며 "혹시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 강남역에 있던 카페 이름 아니냐"고 웃었다. 아뿔싸, 카페 이름을 샤갈의 작품과 헛갈린 것이었다. 무식함을 떠벌렸다는 창피함이 물밀 듯 밀려왔다. 그렇게 미술은 또 한번 내 인생에서 떠나가는듯 했다.

침울한 표정으로 그림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처음 눈으로 직접 본 샤갈의 그림은 인상 깊었다. 교과서에서 본 듯한 그림들도 있었다. 그림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머쓱했지만 미술과 조금은 친해진 느낌을 가득 받았다. 그리고 더 이상 전시회를 어려워하지 않고 기회가 되면 미술 작품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느낌으로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 미술과 달리 음악은 학창시절부터 늘 함께했다.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특히 재즈를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대부분 친구들이 록과 헤비메탈에 빠져 있을때 나홀로 재즈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친구들은 "남자는 록이지"라며 나의 남다른 선택을 의아해 했다. 하지만 재즈의 즉흥연주 즉,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zation)은 나를 매혹시켰다. 특히 존 콜트레인, 찰리 파커 등과 같은 섹소폰 연주자들의 감성적이고 폭발적 연주는 고등학생인 나를 사로 잡았다.

부모님을 졸라 섹소폰에 입문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관악부에서 악기를 계속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군대 갈 무렵엔 허송세월을 보내기 싫어, 실기 시험을 보고 공군 군악대에 자원 입대해 군악병으로 활동했다. 음대가 아닌 전공을 하면서 공군 군악대에 들어온 경우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특이하다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지금도 악기를 꾸준히 연습하면서 재즈 연주자에게 연주 기법과 이론을 배우고 있다.

#.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이 지난주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국민에게 문화를 선물한 '세기의 기증'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와 같은 문화재는 물론 김환기 화가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 화가의 '황소' 등 근대 미술작품을 망라한다.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클로드 모네의'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등을 비롯해 피카소, 고갱, 르느와르의 작품들도 여러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국내 미술 전시계 역량을 단숨에 몇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어마어마한 컬렉션이다. 희소가치가 높아 수집조차 어려웠던 국내 미술작품 컬렉션을 단번에 보강하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6월부터 이를 순차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록펠러)과 같이 '이건희 뮤지엄'이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번 세기의 기증은 미술을 어려워하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국민 모두가 미술과 문화를 향유할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기증의 의미는 남다르다.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의 추억[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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