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중증이상반응, 부작용 보상 0건…"누굴 믿고 백신 맞나"

서울시 성동구청에 문을 열게 되는 서울시 1호 코로나 19 예방접종센터 현장점검이 열린 15일 오후 간호사즐이 백신 소분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접종후 사지마비 등 중증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는 생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재활치료를 하는데 매달 수백 만원의 병원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예방접종과 부작용의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보상을 하겠다는 정부와 백신 접종후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 사이의 괴리감은 커지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중증 부작용이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정부가 인과성을 인정해 보상을 해준 사례는 단 1건도 없다.


정부가 상반기에 1300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인만큼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둘러싼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적어도 코로나19 부작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노력을 해야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5일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COVID-19)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국민 61.4%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 설문조사 때보다 6.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로는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이란 응답이 84.1%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다수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은 뒤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50대 경찰관의 자녀가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의료기관에 종사한 20대 A씨는 지난 3월 역시 AZ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사지마비가 와서 재활치료를 하는 상황이지만 매달 300만원에 대하는 치료비용을 국가가 해결해 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문을 국민청원에 올리기도 했다. A씨는 머니투데이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 누구의 사과 한 번 없었다"면서 "정부에 배신감을 느끼고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부작용에 대해 보상을 진행한 것은 극히 드물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이 심의한 사망 사례 67건 중 65건은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고, 나머지 2건은 판정이 보류된 상태다. 중증 의심 사례 57건 가운데 2건은 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됐고 2건은 판정이 보류됐다. 나머지 53건은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을 하게되면 오히려 백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부 사회전략반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선후관계의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보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최소한의 과학적 검증을 거치야 하는 것이고 다소 모호한 해석이 일어나는 지점들에 대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중증이상사례를 보이는 접종자들에게 긴급복지지원제도와 의료비 지원 제도 등 기존 제도을 이용해 접종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신 접종 후 중증이상반응 사례에 대한 개인별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이상반응 인과성평가나 보상체계가 잘 구성돼 있지만 지금처럼 대규모 접종과 이상반응 신고가 이어지는 시기에는 국민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교수는 "급성파종성뇌척수염 사례 등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는 경우는 의료비는 국가가 선지급하고 (인과성 확인) 절차는 나중에 진행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을 안심시켜드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이상반응 심사에 참여하는 대응인력도 늘리고 체계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다녀보면 이상반응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며 "빠른 제도 정비를 통해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백신 부작용 안심법을 발의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국가가 진료비를 먼저 지원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과성이 결정되기 전이라도 우선적으로 진료비를 지원하고, 추후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해 진료비를 반환할 경우, 분할납부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인과성 입증 책임도 환자가 아닌 국가가 부담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