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주택·50년모기지·제2판교…與잠룡들 '부동산대전' 불 붙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약 4개월 앞두고 당내 대권 주자들의 '부동산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보유세 개편 등을 넘어선 굵직한 아젠다(의제)들이 쏟아지면서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성난 민심을 확인한만큼 차별화된 부동산 비전으로 전국단위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재명의 '부동산 간판' 기본주택 …장기임대형, 분양형 들여다보니각종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여권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주택'을 간판 정책으로 내세웠다. 지난달 28일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기본주택과 기본소득, 기본금융 정책 등을 포괄하는 '기본시리즈' 드라이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이디어를 넘어 입법 움직임도 있다. '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규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과 4월 각각 '장기임대형 기본주택'과 '분양형 기본주택' 개념을 담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장기임대형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소득·자산·나이 등과 무관하게 30년 이상 기본주택을 공급받는 게 핵심이다. 통상 공공주택의 경우 소득·자산 등 변동 시 퇴거 대상이 되는 등 주거 안정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했다.

분양형 기본주택은 토지 소유권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공사 등 공공부문이 가지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거 유형이다. 입주자는 건물의 분양가격만 지급하고 토지에 대해선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 지사의 시선은 비주거용 부동산을 향한다. 비주거용 부동산은 시가표준액 등을 기준으로 시·군이 세금을 부과하는 해당 기준에 층별 효용도, 임대료 등이 실제 가치가 반영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공평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지사는 오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토론회 개최하고 해당 아젠다(의제)를 구체화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을 조문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성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낙연 '회심의 카드'…"50년 만기 모기지대출, 국가 보증한다"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말 일찌감치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 도입을 제안했다. 국가가 치매나 돌봄 등 복지 정책을 주도하듯 서민 주거 안정에도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취지다. 대선 경선을 염두에 두고 이 전 대표가 내놓은 '회심의 부동산 카드'다.

청년과 신혼 세대 등을 대상으로 한 '50년 만기 모기지대출(주택담보대출) 국가보증제'가 대표적이다. 디딤돌 대출 등 정부가 보증·지원하는 기존 상품의 만기가 최대 30년인데 이를 최대 50년까지 확대한다는 파격 제안이다.

핵심은 청년 세대의 부담 감소다. 금융기관의 상품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모기지대출 상품의 만기가 최대 50년으로 늘어나면서 월 상환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전 대표는 "치매나 돌봄처럼 주거도 국가가 책임지는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며 "특히 청년과 신혼 세대가 안심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고 그 빚을 갚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이 지난해 9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당정 추진본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노무현 오른팔' 이광재…수도권 서북권 '제 2판교' 프로젝트'원조 친노(친 노무현 대통령)' 이광재 민주당 의원도 지난 4일 '부동산 플랜'을 공개했다. 수도권 서북권의 강서-김포-일산을 연결해 '제 2의 판교'를 구축하는 마스터플랜(기본계획)이다. 참여정부 시절 30대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그다.

직주(직장과 주거) 혼합의 새로운 도심 설계를 골자로 한다. 출퇴근 시간대가 되면 서울과 인근 전 도로가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일자리와 주거, 공유공간을 결합하고 문화, 교육, 복지 기능을 더해 자족 기능을 확보한 도심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동시에 서울의 포화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김포공항의 기능도 강화한다. 도심 공항으로서 김포공항을 확대 개편하고 강서-김포-일산을 글로벌 혁신산업기지로 도약시키는 데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시대를 대비해 이 지역을 장기전략지로 발돋움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대권 도전을 시사한 이 의원은 전면 등판하는 시기에 맞춰 '제 2 판교 구성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노·친문(친 문재인 대통령)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영령에 참배 한 뒤 열사 묘역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9월초에는 대권후보 정한다…불 붙는 '부동산 대전''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가세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잠룡'들의 부동산 대전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당규 88조에 따라 대통령 후보자 선출은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 대선 예정일은 내년 3월9일으로 오는 9월초에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 부동산특위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민주당은 송영길 신임 당대표 선출을 계기로 특위를 확대 개편했다.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개편과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방안 등도 폭넓게 논의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