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아이들은 즐겁다' 순수한 아이들이 그린 어른 동화

'아이들은 즐겁다' 스틸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감독 이지원) 속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순수함이 어른들의 마음까지 순수해지게 만든다.

5일 개봉한 '아이들은 즐겁다'는 9살 다이(이경훈 분)가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친구들과 함께 어른들 몰래 떠나는 여행과 마지막 인사를 담은 전지적 어린이 시점 영화로, 동명의 인기 웹툰 '아이들은 즐겁다'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한 동네로 이사를 오는 다이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다이는 아픈 엄마와 바쁜 아빠로 인해 사실상 부모가 부재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럼에도 다이는 학교를 마치고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곧장 달려가 엄마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순수한 아이다. 다이는 학교를 다니며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이내 민호(박예찬 분), 유진(홍정민 분)과 삼총사를 결성해 비밀 아지트에서 또래들과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다이는 순수한 아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모의 부재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학원을 다니느라 바쁜 친구 재경(박시완 분)은 학원도 다니지 않는 다이의 받아쓰기 성적을 의심하다 다이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다이는 엄마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던 다이는 어느 날 엄마가 자기에게 알리지 않고 갑자기 병원을 옮긴 것을 알게 된다. 다이는 엄마를 찾아 나서기 위해 여정을 결심, 민호와 반장 시아(옥예린 분), 그리고 재경까지 합세, 9세 아이들이 똘똘 뭉쳐 어른들 몰래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은 즐겁다'의 핵심은 바로 아이들의 여정이다. 엄마에게 선물한 화분에서 꽃이 핀 것을 안 다이는 이를 소중히 안고 엄마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여행에서 깨달음을 얻은 다이는 꽃을 길에 옮겨 심으며 다른 꽃들과 어우러질 수 있게 한다. 더불어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재경도 처음으로 일탈을 시도, 길 한복판에서 자신의 가방에 든 문제집을 버리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원작에 없던 여행이라는 소재를 추가한 영화는 여행을 통해 얻는 결과보다도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데 집중한다.

원작 웹툰보다 인물들을 순수하게 만든 점도 영화의 특색을 살린다. 다양한 캐릭터가 지녔던 원래 서사보다 다이를 중심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끔 하여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어린이 배우들이 인물에 그대로 녹아들어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감정 연기를 소화한 점이 돋보인다. 다이의 아빠를 맡은 윤경호, 아픈 엄마를 맡은 이상희의 열연도 다이를 맡은 이경훈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해내 특별한 감동을 안긴다.


영화의 제목과 달리 극 중 아이들이 늘 즐겁다고 할 순 없다. 다이는 아픈 엄마를 두고 있고, 할머니와 사는 유진은 갑작스럽게 떠난 할머니로 인해 깊은 상실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한 다이에게 친구들이 하는 순수한 말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결국 함께 걸으며 웃는 모습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상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 이 어린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른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만든다. 지난 5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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