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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ESG를 'ESC'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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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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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7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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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ESG를 'ESC' 하고 싶다?
ESG를 잘해야 '으쓱'해진다? 얼마 전 한 금융회사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실천과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으쓱(ESG) 캠페인'을 실시한다는 뉴스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ESG를 그대로 읽을 때 발음되는 '으슥'을 차용한 아이디어가 좋았고 그렇다면 ESG를 잘 못하면 '머쓱' 해지는 것 아니냐는 한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저마다 으쓱해지기 위해서일까. 온 나라가 ESG 열풍이다.

기업들 역시 ESG경영이 최대 화두다. ESG평가가 좋지 않으면 투자나 자금조달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어떻게 해야 평가를 잘 받을지 열공하는 분위기다. 수억 원을 들여 컨설팅을 받는가 하면 여러 평가기관을 탐문하면서 '비재무적 요인'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여념이 없다. ESG 관련 성과를 담당조직이나 임직원의 평가에 반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다.

투자 대상을 정할 때 ESG 가치까지 고려하는 시대인 만큼 당연한 행보다. 그런데 정작 ESG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 시키는 사람도 해야 하는 담당자도 "ESG가 도대체 뭔데"란 질문에 선뜻 대답을 못 한다. 그냥 열심히 해야 하는 숙제 같은 존재감이다. ESG를 평가하는 곳도 많고 기관마다 잣대나 결과가 다르기 일쑤다. 국내와 해외 기관의 '시선 차'도 무시할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를 보면 CEO(최고경영자) 10명 중 7명가량이 ESG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ESG전략 수립에는 대다수가 고충을 토로했다. △범위와 개념이 모호하다 △사업과 연관성이 낮다 △평가방식이 너무 많다 △추가 비용이 든다 △도입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등이 대표적으로 꼽은 애로사항이다.

여기서 '범위와 개념이 모호하다'와 '평가방식이 너무 많다'는 답을 우선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SG가 도대체 무엇이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험지가 너무 많아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잘하는 것이냐는 불만이 함축됐기 때문이다. 돈도 잘 벌고 착한 기업도 돼야 하는데 때론 구조적 모순도 존재한다. ESG경영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업종 종사자들은 더 좌불안석이다.

최근에 만난 한 대기업 ESG 관련 임원은 "ESG평가를 근본적인 기업가치 개선이 아닌 IR(기업설명회) 활동의 일환으로 보는 경영진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경우 여러 기관의 평가기준이나 결과에 일희일비하고 '생존의 문제'가 아닌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꼼수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 생긴다. 기업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줄 곳을 찾고 반대로 불리한 평가는 수정하거나 숨기려 든다.

앞선 임원은 "ESG평가의 유불리를 매개로 대가를 지불하거나 눈앞의 단기적 이익만 보고 거래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정답도 모른 채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강요만 하니 요즘 같아선 ESG를 ESC(Escape, 명령을 취소하거나 실행 중인 애플리케이션을 종료할 때 사용하는 키)하고 싶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돈도 잘 벌고 착하기도 해야 하는데 지속가능성 높은 착한 기업이 되는 게 힘든 건지, 착한 기업 돼라고 강요하는 게 싫은 건지 헷갈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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