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연기" 띄운 친문…반격 나선 이재명계 "패배의 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 조문을 위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04.28.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이 불거지면서 친문과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 인사들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일 친문계 전재수 의원이 연기 필요성을 공개 주장했다. 반면 이 지사 측에선 '원칙론'을 강조하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 표정이다.

전재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연기의 명분으로는 코로나19를 꼽았다.
전재수 "연기 고민해야"…정세균·김두관도 "얘기했다"전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민주당만의 리그가 될 것이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경선을 하자고 주장했다. 정부의 집단면역 목표가 11월인 만큼, 그즈음을 적절한 경선 시기로 본 셈이다.


전 의원은 또 민주당 당헌이 대선후보 선출을 '180일 전'으로 정해 오는 9월 경선을 마무리해야 하고, 국민의힘은 '대선 120일 전'으로 정해 11월 마무리하는 점을 들어 "이미 대선후보를 만들어 놓고 국민의힘 경선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한다"며 재차 연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스로 대권후보인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도 전날 회동에서 경선 연기론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김 의원은 뉴시스에 "경선시기가 (대선) 180일 전으로 돼 있지만 좀 이르다는 시중의 여론이 있다. 지도부가 결정하겠지만 좀 연기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아울러 "과거 대선도 대선주자 대리인들이 모여 룰 미팅을 했다"며 대권주자 간 룰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확고한 1위 지지율의 이 지사 측은 반발하고 있다. 현재의 지지율 유불리를 따진 선거공학적 접근이라는 비판과 함께 4·7 재보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당헌·당규 개정 논란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계 반발…"선거공학적 하책" "당헌 또 바꾸냐"친이재명계로 평가받는 민형배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경선 연기는 대선 승리의 길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경선 연기는 선거를 공학으로만 접근하는 하책"이라며 "당을 분열로 몰아넣고 시민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썼다.

민 의원은 또 "당헌·당규를 바꿔 서울·부산에 후보를 냈고 크게 패배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라며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전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주자들 모두 동의하면 고려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정해진 룰이 이미 당헌·당규에 있기 때문에 후보 간 이해관계가 따라 경선을 연기하려면, 그 과정 속에서 불필요한 논란이나 분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신임 당 지도부는 아직 연기론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경선 연기론'에 대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규칙)'을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강성 친문'으로 평가받는 김용민 최고위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국민께 신뢰를 드리려면 각자의 이해관계가 엮여 있을 수도 있는 문제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원칙을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특정인에 대한 유불리로 오히려 당이 분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