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 달아드리고 싶어요"…코로나가 바꾼 일상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보훈요양원에서 입원 환자와 가족이 유리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6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 무량수전노인전문요양원에서 어버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을 가지고 면회를 온 아들 부부가 유리창 너머로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할아버지 손 잡은 지 까마득해요. 항상 만나면 손부터 잡는 분이신데…"
"어머니 가슴이 아닌 유리창에 카네이션 달아드릴 때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 중인 가운데, 어버이날을 맞이해 요양시설 등에 모신 부모님을 찾아뵙고도 손조차 잡지 못한다는 사연들이 가슴을 울리고 있다.

현재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집단생활하는 요양원·요양병원의 대면 면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4개월째 금지된 상태다.

이번 어버이날 대면 면회는 어렵지만, 다행히 코로나19로 단절됐던 부모와 자식들의 만남은 곧 이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백신 2차 예방접종을 마치고 항체가 형성되는 2주 후에는 대면 면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유리창 사이에 두고 "어머니, 아버지"…코로나가 바꾼 일상

지난 5일 경북 칠곡군 한 요양원에 계신 구순의 어머니를 면회한 50대 딸 A씨가 유리창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사진=뉴시스(칠곡군 제공)

대구에 사는 A씨(50대)는 중증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 구순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A씨는 지난 5일 가족과 함께 어머니가 있는 경북 칠곡군 동명면의 바오로둥지너싱홈 요양원으로 향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더욱 설렜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접촉이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로 카네이션과 꽃다발을 준비했다.

하지만 A씨의 바람은 무너져 버렸다. 요양원 측이 대면 면회를 금지해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 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면회 인원도 제한돼 A씨와 오빠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유리창 너머로 어머니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코로나19 상황을 잘 모르는 어머니가 혹여 자식들이 일부러 자신을 멀리한다고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칠곡 왜관읍에 사는 B씨(44)도 "5월이 되니 어머니 품이 더욱 그립다"며 "면회 때마다 아들 손을 잡으려 하는 어머니 모습에 눈물을 흘린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 비대면 면회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박모씨(28)도 어버이날을 맞이해 경기도 가평 한 요양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찾아뵐 예정이다. 박씨는 "때때마다 부모님과 함께 할아버지를 찾아뵀다"며 "지난해부터는 자주 못 가고 있어 서운해하시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어 "어버이날에 갈 예정인데 비대면 면회라 해서 마음이 아프다"며 "할아버지는 항상 손주들 만나면 포옹부터 하고 손 잡는 분인데, 코로나 이후로는 할아버지 손 잡은 기억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5월 말, 요양시설 대면 면회 허용 논의…'예방접종 완료자'인 경우만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보훈요양원에서 입원 환자와 가족이 유리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백신 2차 예방접종을 마치고 항체가 형성되는 2주 후엔 대면 면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면회실과 보호 용구 등 면회 준비 기간을 고려하고 요양병원·시설과 논의를 거친 뒤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8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대한요양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오는 14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차 접종이 시작되고 2주가 지난 뒤 논의를 거치면 이달 중에는 입원 환자 대면 면회 지침이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백신별 권장 횟수를 모두 접종하고 2주가 지난 사람을 '예방접종 완료자'로 분류하고 있다. 면회객과 입원 환자 중 한쪽이라도 백신 예방접종 완료자인 경우 접촉 면회가 허용된다. 면회는 1인실이나 독립된 별도 공간에서 면회객이 보호 용구를 착용한 후 이뤄진다.

중수본 관계자는 "5월 말이면 예방접종 완료자들이 입원·입소자와 종사자 중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5월 말~6월 초 사이에 접촉 면회 재개 여부를 관련 협회 등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요양병원·시설 등에 접촉 면회를 제한했다. 이후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하 비접촉 면회를 허용한 데 이어 올해 3월9일부터는 임종 시기, 의식 불명, 중증 환자, 주치의가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일부 접촉 면회를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지난 4월 말 기준 요양병원은 76.4%, 요양시설은 79.9%가 예방접종을 완료했다. 전체 집단감염 중 요양병원·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9주 차 평균 5.7%에서 14주 차 1.0%까지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