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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마약계 큰 손' 일망타진한 고 경위, 노하우는 '밤샘 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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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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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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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큰 손 검거 작전'을 주도한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고정희 경위(52)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큰 손 검거 작전'을 주도한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고정희 경위(52)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마약계 '큰 손', 저희가 드디어 잡았습니다."

태국에서 밀반입한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했던 마약계 '큰 손'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름 석자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악명높은 마약범이다.

지난 2월18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큰 손' 검거에 성공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검거 작전을 벌여 '큰 손'이라 불리는 총책 A씨를 포함해 판매·유통책, 소지·투약자 등 일당 81명을 잡아넣었다. 그 중심에는 고정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경위(52)가 있다. 고 경위는 10개월 간 경기 오산, 전남 해남, 충남 천안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이들 일당을 쫓았다.

고 경위는 2006년부터 형사 생활을 한 베테랑 수사관이다. 다년간의 수사 노하우로 범죄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추적했다. CCTV(폐쇄회로TV)에서 움직이는 작은 점만 보고도 피의자 동태를 짐작한다. 그는 "마약계 '큰 손'과 그 일당들을 모조리 잡겠다는 마음으로 단서가 될 만한 건 한개도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수사망 빠져나가던 '큰 손'…"추운 겨울 옥상에 쪼그려 밤새 잠복"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고정희 경위(52)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고정희 경위(52)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큰 손 검거 작전'은 태국에서 선박으로 필로폰을 밀반입해 국내에 판매한다는 국정원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고 경위는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했고 지난해 5월 경기 하남에서 마약 위장거래를 이용해 판매책을 잡았다.

그는 판매책에 얽힌 상선들을 검거해 조사하던 중 한 상선으로부터 "A씨와 거래를 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중 경기 오산에서 필로폰 창고까지 마련해 마약 거래를 하던 B씨를 검거했다. 그는 붙잡힌 B씨가 "A씨로부터 필로폰 100g을 대량으로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 때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고 경위는 총책 A씨 검거에 총력을 쏟았다. 그는 "A씨가 경찰의 위장거래 검거 수법에 절대 속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고 주도면밀하다"며 "A씨가 직접 마약을 거래하지 않고 수행원을 시키기 때문에 잡아도 풀려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고 경위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의 한 식당 주차장 인근에서 A씨가 거래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A씨는 이 주차장 인근이 CCTV 사각지대인 걸 알고 이용했다. 고 경위는 3달동안 주차장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마약 거래로 의심되는 장면들을 포착했다. 또 행인으로 변장해 현장 증거를 모아갔다.

그는 "3개월 동안 저녁시간 운동을 나온 주민으로 변장해 A씨 동태를 파악했다"며 "잠복을 눈치챌까 추운 겨울 옥상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뒤에 쪼그리고 앉아 다음 날이 될 때까지 현장을 지켜봤다"고 했다.

마침내 지난 2월18일. A씨의 수행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A씨 필로폰 창고로 추정되는 서울 양천구의 한 원룸을 급습했다. 현장에는 A씨와 필로폰 700g이 있었다. 그는 "이제껏 A씨의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었는데 이날 증거까지 모두 확보했다"며 "10개월 간의 추적으로 '드디어 잡는구나'라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휴가 나온 아들과 밥 한끼 못하고 검거 매진"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고정희 경위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고정희 경위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고 경위는 A씨를 잡기까지 전국 팔도 안 가본 곳이 없다. 지난 5월부터 경기 오산, 전남 해남, 충남 천안 등을 돌아다니며 A씨와 관련된 마약 판매책·유통책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한 외국인 판매책을 전남 해남에서 검거한 뒤 다음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바로 충남 천안으로 내려가 또다른 외국인 판매책을 잡은 적도 있다.

그는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온 아들과 밥 한끼할 시간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몇개월 간 지역 CCTV 관제센터를 매일 찾아가니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며 "B씨를 검거할 때도 2~3개월 동안 경기도 오산, 포천 등지의 CCTV를 전부 봤기 때문에 필로폰 창고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고 경위는 최근 들어 마약수사대가 더 바빠졌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1만2209명으로 직전해보다 17.2% 증가했다. 마약류 사범 단속 이래 최대 검거 인원이다. 4년 전과 비교하면 37.9% 늘었다.

그는 "예전엔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가' 소리를 들었지만 이젠 '마약소비국가'라고 할 정도"라며 "마약 소비자가 많아지니 그만큼 판매, 제조, 유통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주사기가 아닌 알약, 캔디, 필름 등 거부감 없는 형태로 나오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마약에 노출된다"고 했다.

이어 "최근 SNS, 인터넷 등으로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 젊은층이 많이 마약에 빠진다"며 "비대면으로 마약이 거래되다보니 대면 거래보다 상대적으로 죄의식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호기심으로라도 마약을 접하면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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