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남매 질식시킨 친부, 징역 23년 확정…'살인죄' 인정된 이유

[원주=뉴시스]김유나 기자 = 한 시민이 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원주 3남매 사건의 20대 부부 처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2.03. [email protected]

강원 원주에서 영아기의 어린 자녀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부부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시켰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7일 살인 및 사체은닉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남편 A씨와 아내 B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해 각각 징역 23년과 징역 6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9월와 2019년 6월경 둘째와 셋째 아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숨진 아이들은 생후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2016년 9월14일 명절 연휴를 보내고 원주의 한 모텔에서 숙박하던 중 A씨가 생후 5개월이었던 둘째 딸이 잠을 안자고 보채자, 모텔에 있던 크고 무거운 이불로 전신을 덮어 놓고 3시간 동안 방치해 질식시켜 살인한 후, 이틀 후 아내 B씨와 함께 자신의 조부 묘지 앞에 암장하는 방법으로 사체를 은닉했다.

이들은 2019년 6월13일에도 주거지에서 생후 9개월인 막내 아들이 작은 방에서 울면서 낮잠을 방해하자, 20초간 목젖을 눌러 숨을 못쉬게 한 다음 약 2시간 방치해 살인한 후, 다음 날 다시 A씨 조부 묘지 앞에 같은 방법으로 암장해 사체를 은닉했다.


특히 이 부부는 첫째 아이가 막내 아들을 때리거나 밟는 행위를 방치하거나 자녀들끼리 일부러 싸움을 붙여 영상을 녹화하는 등 자녀들을 방임하거나 신체적 학대를 일삼기도 했다. 둘째 딸이 사망한 뒤에도 양육 수당 710만원을 받기도 했다.

1심은 아동학대 혐의만 유죄로 보고 살인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살인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남편 A씨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2심은 남편이 검찰 수사과정 초기에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하다가 이를 번복하여 '둘째가 보채자 전신에 커다란 이불을 덮었고, 막내가 울자 목젖을 눌렀다'는 범행사실을 인정했고 아내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남편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유죄로 결론내렸다.

공판과정에선 남편이 살인 등 혐의에 대해 고의를 부인하였으나, 재판부는 남편의 행동에서 아이들을 죽일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