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려고 했던 애를…내 동생, 악소리도 못내고 죽어"

고 이선호씨 누나 추정 네티즌이 작성한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뉴스1

(평택=뉴스1) 최대호 기자 = "아직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안난다. '조카 보고싶다'며 한 영상통화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무게 300㎏ 철판에 깔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선호씨(23)의 누나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회사 측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자신을 이씨의 둘째 누나라고 밝힌 네티즌 A씨는 지난 6일 이씨의 사고 관련 소식이 게시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 동생 이야기"라며 댓글을 달았다.

A씨는 "22일(사고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 통화하고, 나는 애(아)아기들 케어하느라 정신 없어서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끊은 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고 동생과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이어 "부모님(에) 손 안 벌리려고 알바했던 건데, 알바하면서 그날도 시험 공부한다고 노트북이며 책 다 챙겨가서 공부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꿈에도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A씨는 "남동생은 9살 차이나는 큰누나 옆에서 많이 잘 챙겨줬고, 끔찍하게 아끼고 걱정해줬다. 나는 그런 남동생을 더 의지하고 더 아꼈다"며 "지금 언니는 남동생 죽은 거 모르고 있다. 충격받으면 안된다고 해서 티도 못내고 말도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A씨에 의하면 이씨의 큰누나는 지난해 유방암 판정을 받아 몸이 많이 불편한 상태다. A씨는 "엄마 아빠 두분 너무 힘드신데 언니 앞에선 울음 참으시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A씨는 "그 회사에선 책임자가 계속 지시한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안전모 안 쓴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썼어도 300㎏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 우리 동생 악소리도 못내고 그자리서 즉사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회사 측을 겨냥했다.

이어 "집에 가려고 했던 애를 그 책임자가 불러서 지시했는데 목격자 증인도 있는데 왜 발뺌하는지,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건지"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 책임자라는 사람은 엄마 아빠와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나도 옛날에 몇 번 봤던 아저씨"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 이선호씨는 지난 4월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FRC(날개를 접었다 폈다하는 개방형 컨테이너)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던 중 무게 300㎏에 달하는 FRC 날개에 깔려 숨졌다.

이에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6일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사고 조사나 진상규명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원인 규명과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