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영월 폐기물매립장]① "상수원 망친다" 충북 거센 반발

[편집자주]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일대에서 60여년간 석회석을 채굴해 왔던 쌍용양회가 폐광산 부지에 대규모 폐기물매립장 건립사업을 추진하자 영월군은 물론 인접한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 충주시 등이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영월지역에서는 사업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뉴스1은 2회에 걸쳐 사업 추진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해 본다.

쌍용양회가 영월군 한반도면 폐광산 부지에 폐기물매립장 예정부지에서 제천시민의 식수원인 장곡취수장까지 거리가 불과 3.5㎞에 불과해 상수원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뉴스1

(제천ㆍ단양=뉴스1) 조영석 기자 = 국내 최대의 시멘트 생산업체 쌍용양회가 대규모 폐기물매립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접한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 충주시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에 찬성하는 일부 영월 주민들 움직임과 맞물려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쌍용양회는 사명을 쌍용C＆E(이하 쌍용양회)로 바꾸고 그동안 석회석을 채굴했던 영월군 한반도면 쌍용리 일대 19만1225㎡ 폐광산부지에 앞으로 16년 동안 560만톤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매립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천과 단양, 충주에서 영월군 폐기물매립장 조성에 반발하는 것은 사업 예정용지가 충북과 경계에서 1.5㎞에 불과해 침출수 유출 등으로 환경 피해의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쌍용양회의 폐기물매립장 사업이 추진되자 제일 먼저 제천에서는 지난 3월 24일 쌍용양회 산업 폐기물매립장 반대 제천·단양 대책위를 발족한 데 이어 충주지역에서도 7개 사회단체가 포함된 매립장 반대 충주 대책위가 출범했다.

여기에 제천시와 시의회, 단양군과 군의회, 충주시와 시의회가 쌍용양회 폐기물매립시설 조성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고 원주지방환경청에 반대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3개 지역 의회와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9일 쌍용양회 폐기물매립시설 조성 사업환경 영향평가 공청회가 열린 강원 영월군 문화예술회관과 거리에서 사업에 반대하는 영월지역 주민과 연계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장인수 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달 15일 서울 쌍용양회 본사 앞에서 상복을 입고 매립장 사업반대 농성을 벌이다 회사 측 관계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폭력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쌍용양회가 폐기물매립장을 조성하려는 사업부지는 과거 수직굴이 존재했을 뿐 아니라 발파로 인해 암반 균열과 동공이 많아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곳이다. 그에 따라 지하수는 물론 서울과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인 한강 오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1월과 3월에 형광물질인 녹색 시료를 풀어 투입한 결과 3일 만에 지하 공동을 통해 한강의 상류인 쌍용천과 서강으로 흘러드는 것이 확인됐다.

결국 폐기물매립장 대상지가 석회암지대로 절리와 동공이 많아 침출수 유출에 따른 상수원 오염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쌍용양회 최인호 부장은 "회사가 추진하는 폐기물매립장은 지정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을 매립하는 시설"이라며 "환경법상 2중 차수시설을 하게 돼 있지만 안전을 고려 4중 차수시설을 갖춰 일체 외부로 유출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천시민회관 광장에서 3월24일 열린 쌍양양회 폐기물매립장 반대 대책위 발대식 모습.© 뉴스1

그러나 매립장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는 석회석을 채굴한 부지는 석회암지대로 동공이 생겨 바닥에 물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이곳에 국제규격 축구장 25개 크기의 매립장을 만드는데 침출수가 유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매립장 예정지 인근에는 평창강 지류인 쌍용천과 이곳에서 불과 3.5㎞ 떨어진 곳에 제천시민이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장곡취수장이 있어 시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영월지역에서는 폐기물매립장 사업을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업체에서 최첨단 침출수 방지시설을 갖추고 매립장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주민을 참여시킨다는 운영 계획과 매립장 운영 수익의 절반을 마을에 지원한다는 약속을 믿고 있다.

영월군 쌍용리 마을 주민 심모씨는 "매립장이 들어서면 지역주민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오고 회사도 살면서 상생의 길이 열리지 않겠냐"라면서 "회사 측이 안전하게 매립장을 조성한다고 하니 별다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폐기물매립장에 대해 제천시민이 예민한 것은 과거 아픈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천시와 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주지방환경청이 2006년 허가한 왕암동 폐기물매립장은 2012년 매립장 돔이 붕괴됐다. 사업주는 도산하고 매립장 붕괴로 인한 침출수 유출로 극심한 환경오염이 빚어졌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복구비를 놓고 제천시와 원주지방환경청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결국, 6년이 지난 2017년 오염물질 확산 안정화 사업비 98억원 가운데 시비 50억원 투입을 결정함으로써 복구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현재 연직차수벽 설치에 이어 최종 복토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내년이 돼야 북구사업이 최종 완료된다.

폐기물매립장 사업주는 도산 후 복구를 외면해 환경오염 피해는 물론 복구비용을 제천시민의 혈세로 충당해야만 했다.

이를 경험한 제천시민들로서는 폐기물매립장이라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사업 허가 신청이 진행 중인 천남동 폐기물매립장 건립에 제천시와 의회, 시민단체가 나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다.

단양에서는 2013년 매포읍 영천리에 추진했던 폐기물매립장 건립사업이 중단됐다.

지반이 쌍용양회의 사업부지와 같은 석회암지대여서 침출수 유출 등을 이유로 단양군이 불허한 것이다. 해당 업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단양군의 승소로 사업이 중단됐다.

우려되는 점은 충북지역 자치단체에서 아무리 반대해도 폐기물매립장 건립 지역인 영월군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영월군이나 의회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섣불리 찬·반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이번 쌍용양회의 폐기물매립장 사업 찬반문제를 놓고 자칫 지역 간 갈등으로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장인수 전 정책위 부의장이 쌍용양회 본사앞에서 상복과 상여를 메고 폐기물매립장 건립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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