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눈물나고 애처롭고 서글프고 죄스러운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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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앞두고 홀로 계신 노인 등에게 카네이션과 필요 물품을 선물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 뉴스1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대전 유성구 대전보훈병원 1층 비접촉 면회 창구를 통해 아들 채희철 씨(65세)가 어머니 이은춘 씨(90세)를 만나 유리창에 손을 대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요양시설의 방문을 자제하고 전화나 영상통화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거나 불가피하게 방문할 경우 유리창을 사이에 둔 비접촉 안심면회 방식을 하도록 당부했다. © 뉴스1

(대전ㆍ충남=뉴스1) 이시우 기자 = 느닷없이 나타나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에 맞는 2번째 어버이날. 익숙해진 듯 하지만 여전히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고 있다.

대전에 사는 강모(65)씨는 끊어진 휴대전화를 손에서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영상통화를 한 어머니의 모습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다.

강씨의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2년 전 돌봄이 필요한 어머니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모셨다. 그때는 어머니와 생이별을 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영상 통화가 유일하다. 요양원에서 비대면 접촉 방식으로 면회를 허용한 적이 있지만 어머니의 손을 잡아보지는 못했다.

강씨는 "어머니는 편안하다고 하시지만 자식 입장에서 죄를 짓는 것 같아 항상 마음이 무겁다.하루 빨리 백신 접종이 마무리돼 어머니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방호복을 입은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가족 면회가 어려운 코로나19 격리병동 입원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제공) 2021.5.7/뉴스1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천안 입장면에 사는 60대 부부는 어버이날 자식과 손주를 만날 수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구미에 사는 자녀가 확진되자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 손주들을 천안으로 데려와 함께 격리 생활을 했다. 하지만 지난 2일과 3일 손주 2명이 차례로 확진됐다.

또 60대 부부도 차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가족 6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병상에서 어버이날을 맞아야 했다.

부모님을 찾아뵙는 일도 쉽지 않다. 5인 미만으로 제한됐던 모임 인원이 직계가족의 경우 최대 8명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온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천안에 사는 김모(43)씨는 어버이날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동생과 작전을 짰다. 김씨 가족이 부모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동생 가족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정했다. 아이가 각각 2명, 3명인 자신과 동생 가족이 함께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코로나 이후 온 가족이 마음 편히 한자리에 마주 앉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누군가는 자리를 빠져야 했다.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 때는 함께 만나는 일을 꺼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 앉는 순간이 꼭 왔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는 긴장하고 있다. 마을 경로당마다 열리던 잔치는 사라졌고 어버이날 행사는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대신 모임 자제를 당부하고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진단 검사받을 것을 호소했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5월 가정의달과 농번기를 맞아 소규모 행사와 사적모임이 많겠지만 모임은 최소화하고 생활방역지침 준수에 함께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코로나19 의심증상이나 무료검사를 받고 싶다면 지체하지 말고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잔뜩 움추러들었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했다.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삼계탕, 떡, 마스크, 김치 등을 나누며 홀로 계신 노인들의 헛헛한 마음을 달랬다.

온양1동에 거주하는 75세 이상 노인 40가구를 찾아 온기를 나눈 김만태 온양1동 행복키움추진단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예년처럼 행사를 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가가호호 방문해 카네이션과 후원물품을 전달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어르신들이 다함께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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