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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가면 무겁고, 안오면 더 무겁죠"…요양병원서 애끓는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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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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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코로나19로 짧은 비접촉 면회
함께 못하는 마음 안타깝지만, 이렇게라도 보니 다행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전북 전주시 한솔요양병원에서 임순희(89)씨가 두 아들과 비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 2021.5.7/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전북 전주시 한솔요양병원에서 임순희(89)씨가 두 아들과 비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 2021.5.7/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어머니, 어머니! 마스크 잘 올려쓰셔요."

지난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솔요양병원 비접촉 면회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찾아온 임순희씨(89)의 아들이 투명 가림막 너머의 어머니를 다급하게 불렀다. 어머니가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가 코 아래로 살짝 내려가자 걱정이 된 까닭이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가림막 쪽으로 아들의 손이 저절로 뻗어졌다. 아들 대신 임씨의 휠체어를 밀고 온 요양보호사가 마스크를 고쳐 쓰는 일을 도왔다.

두 아들과 며느리의 얼굴을 본 임순희씨는 "이게 누군지 알겠어요?"라고 묻는 질문에 "막둥이 매느리랑 우리 아들"이라고 답했다. 떨리는 목소리에서 반가움이 묻어났다.

노환으로 청력이 많이 떨어진데다 서로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드시고 싶은건 없어요?", "운동은 좀 하세요?" 같은 단순한 질문도 알아들을 때까지 여러차례 반복해 물어야했다.

이날 아들은 어머니가 지난 주 면회 때 먹고 싶다고 했던 귤을 간식으로 챙겨 간호사실에 전달했다. 성치 않은 치아로도 뭔가를 씹고 싶어하는 어머니를 위해 귤을 직접 잘게 썰었다고 했다.

아들의 시선이 어머니 환자복에 달린 카네이션 코사지에 닿았다. 요양병원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환자들에게 하나씩 달아준 것이었다.

아들이 직접 달아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누가 이렇게 꽃을 달아줬느냐"고 묻자 "아침에 정부에서 달아줬다"는 다소 엉뚱한 답변이 돌아와 면회실에 웃음꽃이 피기도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전북 전주시 한솔요양병원에서 비접촉 면회를 하는 어머니 임순희(89)씨가 두 아들과 며느리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1.5.7/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전북 전주시 한솔요양병원에서 비접촉 면회를 하는 어머니 임순희(89)씨가 두 아들과 며느리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1.5.7/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임씨의 셋째아들인 이삼희씨(55)는 "어머니가 지난해 고관절을 다치셔서 입원하게 되셨다"며 "지금은 많이 회복되셨지만 아무래도 병원에 계시다보니 근력이 손실돼 걷기 힘드실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만 아니면 잠깐이라도 모시고 나가고 싶지만 모두 어려운 상황에 우리 입장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면회를 오면 두고가는 마음이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안와보면 더 무겁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나마 어머니가 많이 건강해지셔서 이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면서 "가족들 대신해서 어머니를 살뜰하게 챙기고 간호해주시는 병원관계자들에게 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임씨의 가족들 말고도 10여팀이 더 면회를 왔다. 이들 중에는 집이 바로 앞인데 하루만 집밥도 함께 먹고 조심히 있다 오면 안되겠느냐고 사정하는 가족도 있었다.

하지만 방역수칙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도 다시 받아야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다음 주에 또 면회를 오겠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면회를 온 이들 대다수는 주어진 15~20분의 면회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체온을 재고 출입장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순간에도 부모님을 바라보며 안부를 물었다.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면회를 더 많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한 병원관계자는 오는 사람은 무슨 날이 아니어도 매주 꾸준히 오고, 안오는 사람은 어버이날이어도 오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병원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다보니 이제 어르신들도 어느 정도 상황에 적응을하고 받아들이시는 분위기"라면서도 "어버이날이 돌아오니 자식들을 그리워하고 서운해하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밝혔다.

김민호 한솔요양병원장은 "평소 어버이날 같으면 병원 안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공연이나 부대 행사도 많이 펼쳐지는데 너무 조용한 어버이날이 돼 버렸다"며 "많이 아쉽지만 어르신들의 헛헛한 마음을 채울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정성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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