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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中환치기꾼들의 먹잇감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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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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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한 때 6300만원을 돌파한 뒤 등락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한 때 6300만원을 돌파한 뒤 등락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995년 미국 시카고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로,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교수가 임용 면접을 보러 찾아왔다.

시카고대 교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던 중 길가에 20달러(약 2만2000원)짜리 지폐가 떨어진 걸 본 탈러 교수는 별 생각 없이 돈을 집어들었다. 그걸 지켜본 교수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어리둥절해 하는 탈러 교수에게 일행 중 한 명이 설명했다. "시카고대 경제학자는 길거리에서 절대로 20달러 지폐를 줍지 않는다"는 오랜 농담이 있다고.

시카고대는 세상 사람은 모두 합리적이고, 정보는 모조리 공유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봉하는 '시카고학파'의 본산이다. 그런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은 길거리에 20달러 지폐가 떨어졌다면 이미 다른 사람이 주워갔을테니 내가 발견한 건 '가짜 돈'일 거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세상에 쉽게 버는 돈, '횡재'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날 탈러 교수가 주운 건 진짜 돈이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여전히 이론이 아니라 '가설'로 불리는 이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효율적 시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사람들이 모두 합리적인 것도 아니고, 정보가 모조리 공유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효율적 시장이 되려면 돈과 상품이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항상 가능한 건 아니다.

대개 거래에 장벽이 있으면 양쪽에 가격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일물일가의 법칙'이 깨진다. 이런 경우 누군가 물건을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서 판다면 별다른 위험 부담 없이 돈을 버는 '횡재'를 할 수 있다. 이른바 '무위험 차익거래' 또는 '재정거래'(arbitrage)다.

문제는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회의 불평등, 바로 불공정의 문제다. 지금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암호화폐 대신 가상자산이라고 쓴 건 화폐라고 부르기엔 여전히 논란이 많아서다. 무릇 화폐라면 3가지 기능이 있어야 한다. △교환 △가치척도 △가치저장.

아직 가상자산은 이 3가지 모두를 완전히 만족하진 못한다. 비트코인을 받아주는 곳이 늘어나곤 있지만, 당장 시골 5일장에서 비트코인을 들이밀 요량이면 퇴짜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또 하루에 수십 퍼센트씩 출렁이는 도지코인보다 더 불안정한 가치척도의 수단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공급량이 한정돼 있어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에 가치저장 기능은 어느정도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화폐로 볼지도 애매하고 주식이나 채권처럼 내재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가상자산에 투자가치까지 없는 건 아니다. 운이 좋다면 시세차익을 거둘 순 있다.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값에 사줄 누군가만 있다면 말이다.

시세차익을 올리려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야 하는데, 이게 코린이(코인+어린이)들에겐 쉽지 않다. 변동성은 양날의 칼이다. 가격 급등락이 심할수록 큰 돈을 벌기 쉽지만, 큰 돈을 잃기도 쉽다. 안타까운 건 이럴 때 전문가보다 초심자들이 돈을 잃을 공산이 더 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은 가격 널뛰기가 유독 심하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하 김프) 때문이다. 가상자산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한국에선 가상자산 가격이 외국보다 높은데, 그 가격 차이가 바로 김프다. 문제는 김프가 가상자산 가격이 뛸 땐 커지고, 떨어질 땐 줄어든다는 점이다. 국내 가상자산 가격의 등락폭을 키우는 요인이다.

김프가 생기는 건 일반 국민들이 대규모로 국내외 차익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가장자산을 사려고 5만달러 이상을 해외로 보내는 건 금지돼 있다. 반면 중국 환치기 일당은 음지에서 땅 짚고 헤엄치듯 김프로 환치기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문 시장참가자가 없는 탓에 국내 가상자산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 풀어주기 어렵다면 최소한 가상자산 거래소 등 일부 전문기관 만이라도 가상자산을 수입할 수 있게 허용하면 어떨까. 그럼 더이상 환치기꾼들의 호구 노릇은 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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