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폭행' 이용구 검찰 소환 통보…택시 시동 여부 관건

검찰이 택시 안에서 운전 기사에 주취 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차관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차관에게 당시 폭행 여부, 택시 시동이 걸려 있었는지 등을 물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폭행한 것이라면 이 차관이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검찰 '택시 기사 폭행' 이용구 최근 소환 통보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2021.2.22/뉴스1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이 차관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지난해 12월 19일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다음날에는 이 차관을 수사한 경찰 수사팀에 대한 수사 의뢰도 했다. 이 차관 사건을 앞서 조사한 경찰이 단순 폭행 사건으로 내사종결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검찰과 이 차관 측은 조사 날짜를 8, 9일경으로 조율하다가 이 차관 측 사정으로 조사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다음주 주말쯤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주요 정부 인물인 만큼 언론 관심도가 떨어지는 토요일에 부르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수원지검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출국금지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토요일인 지난달 17일, 24일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일파만파 퍼진 경찰 봐주기 논란에 검찰 재수사고발 내용 등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서초동 이 차관 집 앞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 차관이 타고 있던 택시의 기사는 "남자 승객이 목을 잡았다"며 밤 11시30분쯤 112에 신고했다. 이 차관은 술에 취한 채 차 안에서 잠을 잤는데, 정차 후 자신을 깨운 기사의 멱살을 잡은 것이다. 그는 이때 법무부차관 아닌 변호사 신분이었다.


출동한 서초파출소 경찰관은 이 차관을 현행범 체포하지 않고 파출소로 임의동행 후 집으로 돌려보냈다. 현장 경찰관은 이 사건에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최초 보고했다. 2015년 개정된 특정범죄가중법은 일시 정차한 상황을 포함해 운행중인 차량(여객 운송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다.

사건을 인계받은 서초경찰서는 이 차관을 곧바로 입건해 수사 개시를 하지 않았고 같은달 12일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 처리했다. 단순폭행죄는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 못하는 범죄인 반면 특정범죄가중법은 이러한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과천=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4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1.03.24. [email protected]

당시 경찰은 이 차관의 폭행 혐의를 입증할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과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내사 종결했다. 택시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원래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했고, 사건 당시 정차중이었다' '멱살을 잡히긴 했지만 크게 안 다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월 이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경찰이 당시 경찰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본 것을 인정하면서 '봐주기'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택시 기사는 경찰 출석 당시 폭행 상황이 담긴 30초 분량의 휴대전화 영상을 보여줬지만 "차가 정차 중이니 영상은 안 본 것으로 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이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이 차관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도 재수사 착수 뒤 위 영상을 복원했다. 검찰은 '봐주기 의혹'과 관련해 1월 27일 서초서 형사과 등을 압수수색해 사건 기록이나 보고서, 의혹을 받는 경찰관의 업무용 PC 등을 압수했다. 해당 경찰관은 2월 2일 검찰에 출석해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참관했다.
"시동 켜진 상태 폭행이라면, 기소 피하기 힘들 것"익명을 요청한 변호사는 "사건 당시 차 시동이 꺼져 있었다면 '주차' 상태여서 특정범죄가중법 적용이 어렵다"면서도 "걸린 상태였다면 '운행중'인 정차 상태여서 이 차관이 기소를 못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논란이 커진 뒤인 지난해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폭행 당시 자동차 시동이 켜져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에서도 변속기가 주차(P) 아닌 주행(D) 상태에 있었다며 같은 의미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차관을 소환하면 당시 폭행 여부와 시동이 켜져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어볼 것"이라며 "'거물급'인 만큼 여러번 소환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차관 혐의가 인정된 뒤 경찰 의혹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