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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없는 '흡연구역'…"한명이 피우면 우르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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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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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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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없는 거리를 만들자는 내용의 현수막 앞에서 길거리 흡연 중인 사람들/사진=임소연 기자
담배 없는 거리를 만들자는 내용의 현수막 앞에서 길거리 흡연 중인 사람들/사진=임소연 기자
서울시 흡연인구 282명 당 흡연구역이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흡연권은 물론이고 비흡연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흡연구역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흡연자 87% "흡연 공간 없어"...결국 비흡연자 건강권까지 위협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사진=뉴스1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사진=뉴스1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시내 금연구역은 28만7200곳, 흡연구역은 7089곳이다. 금연구역 40곳 당 흡연구역은 1곳에 불과하다. 서울시 인구 약 959만명 가운데 추정 흡연인구(전체 흡연자 비율 21.5% 적용)는 약 200만명이다. 흡연자 282명 당 흡연구역이 1곳에 불과한 셈이다.

이날 오전 기자가 찾아간 서울 신사역 출구 인근 골목에는 5명이 모여 담배를 피웠다. 1명이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하자 '기회'를 포착한 다른 흡연자들이 합류하면서 한순간 '비공식 흡연구역'이 됐다. 지하철역 인근 10m는 금연구역으로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직장인 박모씨는 "금연구역인 건 알지만 지하철타러 가기 전에 도저히 피울 곳이 없다"며 "어딜가나 금연구역"이라고 했다.

회사가 밀집한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도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8명이 모여 '흡연지역'을 형성했다. 바닥엔 금연구역을 알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그 위엔 담배꽁초들이 버려져 있었다. 공덕역에서 흡연구역을 지도에 검색하니 도보거리 13분 정도 떨어진 곳이 하나 나왔다.

흡연자 오모씨는 "늘 담배 필 곳을 찾아 헤매다 누구 한명이 피우고 있으면 자연스레 모인다"며 "여럿이 피고 있으면 그나마 맘 놓고 필 수 있겠구나 한다"고 말했다. 자치구에서 정한 공식 흡연구역이나 부스가 없어 흡연자 집결지역이 곧 흡연구역이 된다는 주장이다.



비흡연·흡연자 모두 "관리되는 흡연구역 확충 필요"


흡연부스/사진=뉴스1
흡연부스/사진=뉴스1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들도 흡연구역 추가 지정에 긍정적이다. 무차별 흡연지대가 만들어지게 두는 것보다 지자체가 관리할 수 있는 흡연구역을 늘리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서울연구소 통계를 보면 '흡연구역 조성'에 대해 비흡연자 80.6%, 흡연자 7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담배연기를 흩뜨리려 손부채질을 하며 공덕역 인근을 지나던 유모씨는 "사람들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막무가내로 피우는 통해 지나다닐 때마다 숨을 참고 간다"며 "큰 길 피해서 구역을 만들든, 부스를 만들든 해서 연기를 막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흡연구역을 확대해야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을 더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단 주장도 있다. 실제로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더라도 구청 단속이 늘 이뤄지지 않다보니 과태료는 '운이 안 좋으면' 내는 것으로 인식된다. 불법 흡연을 해놓고도 단속반에 따지는 경우도 있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직접 흡연하는 사람보다 더 크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다"면서 "길을 지나는 아이들도 길거리 흡연 피해자의 당사자가 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길거리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차라리 흡연구역을 확충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잘 분리하고 각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기피 대상' 흡연시설...확충하려면 담배연기 환기·관리


서울시가 흡연구역 부지를 선정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가 공모를 통해 흡연구역 지정을 하는데 어려운 건 부지 선정"이라며 "흡연구역 지정을 위해 주변 상인이나 주민 의견을 들으면 대체로 부정적이라 의견 수렴 과정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서울시 흡연실 설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실외 흡연시설은 자연 환기가 가능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고 이용자 간 간접흡연을 막기 위한 개방형 구조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개방형 흡연실 구조 탓에 행인들이 담배연기를 고스란히 맡게 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장소로부터 분리된 장소에 연기를 통제·관리할 수 있는 흡연시설을 설치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흡연구역 설치와 관리 전반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조례로 제정해 흡연시설 관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담배세 등 재원을 활용해 서울시 내 흡연시설 수를 늘리고 '분리형 금연정책'을 시행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건강하게 호흡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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