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발끈…美 송유관 마비시킨 해커집단 '다크사이드' 누구

1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우드바인에 있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유류저장탱크. 드론으로 찍은 사진이다. /사진=로이터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을 해킹해 연료 공급을 중단하게 만든 배후로 '다크사이드'(DarkSide)가 지목되면서 그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10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다크사이드'는 랜섬웨어(RaaS)를 서비스처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사이버보안 전문가그룹인 사이버리즌에 따르면 다크사이드 해커들은 랜섬웨어 해킹 툴(해킹도구)을 개발, 마케팅해 또 다른 범죄조직에 판매한다. 다크사이드의 해킹도구를 사들인 범죄조직이 해킹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범죄조직은 다크사이드의 해킹 툴을 통해 피해자의 정보를 빼낸 후 이를 암호화하고, 이를 인질로 삼아 피해자에게 20만∼2000만 달러어치의 대가를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요구한다고 알려진다. 피해자의 데이터를 암호화해 잠그고, 기업들이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DarkSide Leaks'라는 사이트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이중 갈취'를 한다고 CNBC는 전했다.

사이버리즌은 "다크사이드는 윤리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비뚤어진 욕망을 갖고 있다. (해킹 툴을 판매하는) 고객에게 누구를, 어떤 대상을 공격해도 좋다는 자체 행동 강령을 지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크사이드가 '공격하지 않는' 대상에는 병원, 학교, 대학, 비영리 단체 및 정부 기관이 포함된다. 또한 구소련 국가들에 기반을 둔 단체들도 보호한다. 하지만 영어권 국가에 있는 영리기업은 공격 대상이다.

다크사이드는 또 일부 자선단체들이 기부금 수급을 거절했지만 수익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의적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로빈 후드'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사이버리즌을 통해 알려진 신흥 집단이지만 단기간에 디지털 범죄의 급증을 주도하며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이버리즌에 따르면 다크사이드는 매우 전문적이며, 피해자를 위해 헬프 데스크와 전화번호를 제공한다. 40명 이상의 서방 기업 희생자에 대한 비밀 자료도 'DarkSide Leaks' 웹사이트를 통해 이미 고객사에 공유했다.

이들은 미국·유럽 등에서 80개 이상의 기업을 해킹했으며, 이를 통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동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러시아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다크사이드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경제 관련 연설에서 "이번 사건은 분명한 범죄 행위"라면서 "연방수사국(FBI), 법무부와 함께 이 랜섬웨어 범죄자들을 파괴하고 기소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주말 내내 긴급회의를 열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실시간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 정보기관이 지금까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가 연관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다만 랜섬웨어가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는 있다. 그들은(러시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6월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러 관계에 또 다른 암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송유관 공격이 해커집단 '다크사이드'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단정했다. 다크사이드도 성명을 통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우리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며 사회문제를 일으키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송유관은 랜섬웨어 공격을 당하면서 지난 7일 모든 시스템이 멈췄다. 9일에는 석유 터미널과 수송거점을 연결하는 일부 라인을 재개했고, 다가오는 주말까지 상당 부분 복구하겠다고 했지만 완전한 복구에는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송유관은 미국 동해안 지역의 연료 수요량의 약 45% 운송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