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조희연은 이첩 전 수사 착수…이첩 두달 된 이규원 사건은?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신웅수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김진욱)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부당 의혹에 첫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김진욱 공수처장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2021.5.11/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법조계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견제하기 위해 설립된 공수처가 검사 관련 사건이 아닌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채택한 것에 의아해하고 있다. 더군다나 공수처는 교육감에 대해서는 수사는 할 수 있어도 기소는 할 수 없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사건을 '2021 공제 1호'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퇴직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 5명의 특별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사건의 주된 내용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23일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공수처 요청에 따라 지난 4일 사건을 이첩했다.공수처법상 교육감이 공수처 수사 대상인 만큼 감사원은 고발 당시 공수처에도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는데, 공수처는 경찰이 사건을 이첩하기 전인 지난달 28일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뜬금없다' vs '상징적' 의견 갈리는 법조계공수처는 당초 공수처 1호 사건은 검찰 비위 사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특히 검찰이 공수처에 이첩한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이 유력한 1호 사건으로 언급돼왔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결정하자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공수처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상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 1호 사건이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정의는 없지만 공수처 설립 취지를 고려할 때 교육감 사건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건이 1000건 넘게 접수된 상황에서 국민의 관심이 크게 집중되지 않은 사건을 선택한 것은 위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그동안 공수처가 대통령 직속 사찰기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여권 성향으로 꼽히는 조 교육감 사건을 1호로 선정해 정치적 수사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당초 공수처가 검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반쪽짜리' 수사기구로 출범한 만큼 1호 사건은 수사력을 판가름할 시험대로 여겨졌다. 그러나 조 교육감 사건은 감사원 조사로 진상이 드러난 상태로, 공수처가 수사역량을 발휘할 상징적인 사건인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공수처는 교육감를 기소할 권한도 없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에 대한 수사를 하더라도 기소 여부는 검찰이 결정해야 한다. 공수처 수사 결론과 검찰 결정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을 수사한 경우 수사 종료 후 검찰로 사건기록을 보내는 것이 전부"라며 "검찰이 공수처 의견에 기속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공수처 의견과 반대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檢, 이규원 사건 처리 촉구…"공수처 직접 기소 가능성도"공수처가 1호 사건을 선정하면서 이규원 검사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이다. 이 검사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성접대 의혹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 면담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서울중앙지검 변필건 형사1부장은 지난 3월 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지만 공수처는 두 달 가까이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사건 이첩도 이뤄지기 전에 수사 개시에 나선 조희현 교육감 사건과 대비된다.

이 검사는 이미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7일 이 검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혐의는 이 사건과 불가분의 관계"라며 "어느 기관에서든 신속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해 이규원 피고인의 행위에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공수처의 사건 처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도 이성윤 지검장에 대해 기소 권고를 냈는데, 이 사건들은 모두 하나의 연결된 사건"이라며 "제일 수사가 진척돼 있고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검찰로 보내서 전체적인 사건을 완결성 있게 처리되도록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다른 법조계 인사는 "검찰로 재이첩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래 끌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사에 대해서는 공수처도 기소권이 있고, 공수처장이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다음 공판준비기일 전까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 처리와 관련, "현재 조 교육감 사건이 '공제 1호'라는 것 외에 밝힐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