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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풀려야 장례 치른다" 故이선호씨 빈소 21일째 지키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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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택(경기)=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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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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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풀릴때까지 장례 치를 수 없어 21일째 빈소지키는 유족과 친구들

고 이선호씨/사진제공=이철우씨
고 이선호씨/사진제공=이철우씨
"웃기지만 생각도 깊은, 힘이 되는 친구였습니다."

경기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고(故) 이선호씨(23)의 장례가 21일째 이어지고 있다. 유족과 친구들은 선호씨의 억울함이 풀리기 전까지는 장례를 치르지 않을 계획이다.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백병원에 마련된 선호씨의 빈소에서 동갑내기 친구 이철우씨는 빈소를 지키며 친구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취침 시간을 제외한 하루 대다수의 시간을 빈소에서 보내며 다른 친구들과 교대로 밤을 새는 일도 빈번하다. 밤을 꼬박 새운 다른 친구는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되지만 그만 둘 수가 없다. 이씨는 "다시 일도 해야하는데 마음이 걸린다"면서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쾌하고 사려 깊었던 선호씨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백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선호씨(23)의 빈소를 동갑내기 친구 이철우씨가 지키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1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백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선호씨(23)의 빈소를 동갑내기 친구 이철우씨가 지키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지난달 22일 선호씨는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이물질 청소작업을 하다가 300㎏에 달하는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유족 측은 현장에 안전관리자도 없었던 산업재해라며 사측의 진정어린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 중이다. 유족과 친구들은 21일째 빈소를 지키고 있다.

이씨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선호씨는 재미있고 사려 깊은 친구였다. 이씨는 "선호는 평상시에 유쾌하고 재밌는 친구였지만 항상 웃기지만은 않았다"면서 "생각도 깊어 친구들이 힘들어할 때 다독여주던, 힘이 되는 친구"라고 말했다.

이어 "조문 첫날과 둘째날 선호 친구만 100명이 넘게 왔다"면서 "선호가 워낙 발이 넓고 친구들에게 잘해 애정있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았다"고 밝혔다. 직장이나 학교를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운 다른 친구들도 틈이 나면 빈소를 찾는 등 선호씨에 대한 친구들의 애정이 각별했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선호씨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사고 바로 직전 주말에도 선호씨를 만났다. 선호씨가 평택항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말에 만나 술도 한 잔하고 게임도 같이 했다.

그러기에 그는 선호씨의 비보를 듣고 믿지 못했다. 이씨는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사망 소식을 전했다"면서 "실감이 안나 멍 때리고 있다가 빈소에 오니까 '이제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서 사진을 찍은 고(故) 이선호씨의 모습. 파란원에 있는 사람이 선호씨다. /사진제공=이철우씨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서 사진을 찍은 고(故) 이선호씨의 모습. 파란원에 있는 사람이 선호씨다. /사진제공=이철우씨
이씨는 "회사 측도 우리에게 와서 '선호가 안전모 안쓰지 않았냐'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면서 "진심 어린 사과와 조사가 필요했는데 (이런 식의 대응은) 너무 무례하지 않나"고 밝혔다.

이씨는 결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씨는 "정부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이미 일어났다"면서 "앞으로라도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법을 개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고 관련 합동조사를 위해 평택항에 있다가 빈소에 잠시 들린 부친 이재훈씨도 "인건비 조금 아낄려고 법에서 정한 안전요원을 없앤 것이 (사망의) 첫째 원인"이라면서 "A씨의 사과는 도의적인 차원이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정한결 기자.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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