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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한국은 안가요" 외국인 임원들도 손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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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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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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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중대재해법 포비아]①

[편집자주]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임박하면서 일선 기업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인신 구속 가능성 등 과도한 처벌에 대한 부담으로 대표직 제안을 거절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후유증이 예상된다.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기업의 우려가 확산되는 배경과 바람직한 시행령 제정 방향, 보완 입법 필요성 등을 점검해본다.
"중대재해법 시행 한국은 안가요" 외국인 임원들도 손사래
#.한국에 여러곳의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글로벌 소재 A그룹. 그룹 내에서도 유망 근무처이던 A그룹 한국법인은 내년부터 법인장이 공석이 될 판이다. 현 대표의 임기가 연말까지인데 본사에서 연임을 부탁하는데도 임기 종료를 결정했다. 만 50대 후반 한창 나이인데다 실적도 좋았던 대표다. 본인이 강력히 고사하자 본사가 사내에서 후임을 물색중인데 모두 손사래를 쳤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여차하면 감옥에 갈 수 있는 자리라고 본사 임원들 사이에 소문이 파다하더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 B사 한국법인 관계자는 얼마 전 아시아헤드쿼터에서 열린 '지역 내 리스크 공유 회의'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이 리스크와 임팩트 랭크에서 최고 등급인 '하이-하이(high-high)'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이-하이 등급 이슈는 '미-중 무역갈등'과 '탄소중립 기후변화' 등 범 세계적 이슈들이었다. 이 관계자는 "제대로 소명할 절차 없이 CEO를 곧바로 구속시키는 법이 제정됐다는 것 만으로도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정적 실적을 자랑하는 국내 중견기업 C사 관계자는 최근 설비를 공급받고 있는 미국 거래처 D사의 연락을 받고 진땀을 뺐다. D사 미국인 임원이 전화를 걸어 "C사에 설비를 공급한 후에 유지보수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데, 이들 중에서 만약 인명사고가 나면 우리도 중대재해법으로 처벌 받게 되는 것 아니냐"고 문의한 것이다. C사 관계자는 "당연히 미국에 있는 D사 CEO를 처벌하진 않을 듯 했지만 법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공개된 내용들도 모호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 했다"며 "전화를 끊으면서 '앞으로 비슷한 조건으로 일본이나 중국 경쟁사들도 설비를 발주하면 우리보단 그쪽을 먼저 검토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산업현장 인명피해를 막고 기업의 안전제도 도입을 장려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중대재해법. 국내외 기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법 제정과 과도한 처벌 규정으로 시행 이전부터 국내외 경영 현장의 심각한 우려를 사고 있다. 정부의 시행령 제정 등의 과정을 통해 법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내년 1월 시행에 앞서 과도한 처벌 규정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들쳐업고 뛰어야 하는데, 사진부터 찍어야 하나요" 말문 막힌 현장


17일 관련 업계와 정부주처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CEO(최고경영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중대사고=CEO처벌'의 등식이다.

현장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기업은 없다. 다만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법 예고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얼마 전 안전부문 팀장회의에서 '이제는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다친 동료를 들쳐업고 뛰는 대신 안전로프는 제대로 착용했는지, 현장에 난간은 있었는지를 먼저 촬영해야 하는거냐'는 질문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잊어야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사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한국에서만 활동하는게 아니라 세계 전 지역에서 수주와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법 제정은 해외 시장에 한국의 기업문화가 경직돼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물론 미중 무역분쟁의 경우 중국 등 해당국가에서 가장 큰 이슈여서 '하이-하이 등급'을 받은 것일 뿐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한국의 법 하나가 그런 글로벌 초대형 이슈들과 함께 언급된다는 것 만으로도 이번 법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시선이 어떤지를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 마련에 분주.."안전의 외주화 장려해야"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8. photo@newsis.com

대안을 찾아야 하는 기업들은 속속 고육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법적 갈등의 원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신설을 발표했다. 선제적인 중대재해법 대응 방안이다. 안전 관련 권한은 최고경영자(CEO) 수준으로 행사하며 전사 안전 영역을 콘트롤한다. 작업이나 생산시설 가동을 중지시키는 원한도 갖고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급 CSEO가 어디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느냐에 대해 다시 의문을 표한다. 대표이사 수준으로 처벌을 받는다면 '대리처벌'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역시 법·시행령에서 명확하게 영역이 구분돼야 할 문제다.

지나치게 처벌에 집중하다보니 중대재해법이 안전관리의 전문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CEO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고, 이들을 통해 투명하게 기업 현장의 안전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성있는 기관에 맡기고 기업은 비용을 지불하는 '안전의 외주화'다.

CEO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해가 상충하는 수익성과 안전투자를 한 사람에게 맡기는게 오히려 효율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CEO를 감옥에 보내면, 재해를 줄이자는 목적이 달성이 되느냐"며 "위험에 대한 감시는 위험요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로 구성된 기관에 맡기고, 이에 대한 합리적 비용을 지불하며, 이 비용은 납품단가에 반영해 원청과 하청, 소비자들이 돈을 더 지불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글로벌 트렌드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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