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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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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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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소설(小說), 소외되었지만 소중한 이들을 위한 소설 한 편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 상상력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민들레 아빠

칠흑 같은 어둔 밤, 시끌벅적하던 개들 소리는 잠잠해지고 귀뚜라미만 '찌르륵 찌르륵' 울어댔다. 은숙의 까만 옷은 그날도 개털로 범벅이 됐다. 하얀 털은 코코, 밤색은 인물 좋은 선이, 검은 건 까미, 길쭉하고 꼬불꼬불한 털은 마리. 그 안엔 개들 이름이 다 있었다.

현송은 그런 아내가 익숙한 듯 접착성이 강한 돌돌이 테이프를 건넸다. 은숙은 그걸 받아들고 팔이며 겨드랑이를 훑었다. 흰 테이프는 금세 개들 털로 복잡한 빛깔이 됐다.

- "내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나봐. 아마 조선 시대쯤 개백정이었을지도 몰라. 하루에 개를 열댓 마리씩 잡아 팔았던 거지. 매일 애들을 잡고, 녀석들은 애처로운 눈빛도 보냈을 거고. 그런데 커다란 몽둥이로 휙, 때려잡았을 거고. 그러니 개들이 죽어가며 얼마나 날 원망했겠어. 그래서 그 업보 때문에 이리 사는 거야. 이번 생(生)엔 불쌍한 그들을 살리라는 거지."

돌돌이 테이프 한 장을 찌익 찢으며, 은숙이 남편에게 말했다. 현송은 "또 그 얘기야? 빨리 씻기나 해"하며 달력 한 장을 스르륵 넘겼다. 9월, 열두 달 내내 비슷한 부부의 밤 풍경이었다. 지난해 말 동물보호단체 후원을 위해 산 그 달력엔 털이 곱슬곱슬한 하얀 강아지 사진이 있었다. 어디선가 버려진 개였다. "얘는 아무리 봐도 우리 쫑쫑이랑 정말 닮았지 뭐야." 씨름 끝에 털을 겨우 다 떼어낸 은숙이, 달력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바닥엔 떼어낸 테이프들이 수북했다.

허름한 한쪽 벽엔, 귀가 동그랗게 쳐진 누런 개 사진이 낡은 테이프에 붙어 있었다. 이름은 순이, 성별은 암컷. 그러나 은숙은 '암컷'이라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 강아지, 우리 강아지"라 부르고는 했다. 그러면 개들도 그 발음이 좋은지 귀를 젖히고 꼬릴 슬슬 흔들곤 했다. 동물을 좋아하면서도, 현송은 그런 아내를 보고 혀를 찼다.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순이와 은숙이 처음 만난 건 2010년 여름이었다. 현송이 "더우니 냉면이나 먹으러 가자"고 한 날이었다. 동네 냉면집에서 찬 육수를 벌컥벌컥 마시던 은숙이 소변이 급하다며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가는 길목이었던 냉면집 뒷마당에, 1m 남짓한 짧은 목줄에 매여 헐떡이는 개가 있었다. 혀가 장맛비에 젖은 것처럼 길게 늘어져 숨을 가쁘게 쉬었다. 은숙이 다가가자 녀석은 몸을 일으켜 꼬리를 힘없이 흔들었다. 은숙은 그 개를 두세 번 쓰다듬은 뒤 자리로 돌아와 현송에게 말했다.

- "웬 개가 묶여 있어. 너무 헐떡여. 힘들어 보여."
- "어디에? 키우는 녀석인가 보지."

현송이 덤덤히 대답하자, 은숙이 목소리에 더 힘을 주었다.

- "그렇긴 한데,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물도 없어. 이 날씨에. 그건 좀 아니지 않아?"

현송은 앞에 놓인 냉면 그릇을 괜스레 매만졌다. 얼음이 녹아가는 아삭아삭하고 벌건 육수가 차가웠다. 계산대 옆 최신 에어컨에선 찬 바람이 좌우로 쏟아졌다. 잠시 생각에 잠긴 현송은 아내에게 "나가자"고 한 뒤 계산을 마치고 뒷마당으로 갔다. 집안에 들어가 있던 순이는, 단박에 뛰쳐나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뒷발로 서서 꼬리를 정신 없이 휘저었다. 은숙은 순이의 두 볼을 감싸듯 잠시 쓰다듬다, 가게 직원 눈길에 발걸음을 돌렸다.

그해 여름, 은숙은 그 곳에 냉면을 자주 먹으러 갔다. 어느 날은 연어로 만든 강아지 간식을, 또 다른 날엔 윤기가 반짝반짝한 스테인리스 물그릇을 챙겨갔다. 순한 성격 탓에 그 개를 '순이'라 불렀다. 냉면을 다 먹을 때쯤엔 어김없이 화장실에 갔다. 순이를 빤히 바라보며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길어질 때면 친구들이 "얘는 화장실에 간다더니 왜 안 와?"하며 은숙을 찾아댔다. 별 수 없이 돌아설 때마다 순이는 '컹컹컹'하고 우렁차게 짖었다.

단풍잎이 벌겋게 물들고 은숙이 아끼는 보라색 스웨터가 옷장 밖을 나올 때쯤, 순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녀석이 딱딱한 간식을 먹을 때면 켁켁 거리는 게 맘에 걸려 말랑말랑한 당근빛 수제간식을 사갔던 날이었다. 은숙은 간식 봉지를 뜯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잠시 우두커니 정지해 있었다. "날이 추워졌는데도 냉면 드시러 오시네요"라며 웃는 냉면집 사장에게 순이 안부를 묻자, 그는 누구에게 줬다고 얼버무렸다. 그 표정을 보며, 은숙은 순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예감이 들었다. 그러고도 이듬해 1월 말까지 은숙은 냉면집을 찾아갔다. 뒷마당에 쌓인 새하얀 눈 위로 사람 발자국만이 무심히 있을 뿐 순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 뒤로는 눈이 다 녹고 새싹이 날 때까지도 거길 두 번 다시 가지 않았다.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순이 소식에 현송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위로 비슷한 게 필요한 것 같았지만, 또 위로 같은 것만으론 별다른 기운이 안 날 것 같은 얼굴을 은숙이 하고 있어서였다. 현송은 그저 "냉면 말고, 우동이나 먹으러 가자"며 아내 팔목을 끌고 역 건너편 자그마한 우동 가게에 갔다. 고춧가루를 풀고 김치를 얹어 먹으면 얼큰했으므로. 질기지 않은 면발을 후루룩 삼키며, 뜨끈한 무언가를 밀어 넣으며, 은숙은 차갑고 저린 속을 달랬다. 그렇게 우동 가게에 몇 번을 간 뒤에야 은숙은 순이 얘길 조금씩 꺼냈다. 현송은 다행이라 여겼다.

- "만약에, 우리 집에 데려왔으면 순이가 괜찮았을까? 없어지기 전에 말이야. 맨날 생각만 했었는데 막상 데리고 오려니까 겁나더라고. 웃기지? 불쌍하고 속상한데 엄두는 못 내고 말이야. 냉면만 쓸데없이 계속 먹으러 가고 말이야."
- "순이는 좋은 데 갔을 거야."

현송은 아내의 물음을 몇 번 정도 건너뛴 대답을 하며 우동 그릇을 들고 국물을 비웠다. '좋은 데'가 어디일지 그 역시 모르지만, 그 정도만 답하고 말았다. 삐쩍 말라 있었던 순이 얼굴을 생각하면 그게 마음이 더 편했으므로.

사월이 됐다. 어느 날, 은숙이 개나리색 털빛의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다리를 절뚝거리고 길을 헤매는데, 순이 생각이 나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현송은 빤히 바라보는 녀석과 눈을 마주치고선 차에 시동을 걸어 사료와 간식을 사 왔다. 은숙은 허겁지겁 먹는 개를 보며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함께 살게 된 그 개에게 우물이란 이름을 지었다.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그 때부터 은숙과 현송의 집엔 갈 곳 없는 생명이 늘어갔다. 크거나 작은, 아프거나 다친, 검거나 희거나 둘 다인, 순하거나 사납거나 잔뜩 주눅 든 개들이 매일 새 가족이 됐다. 10마리가 됐을 때 현송은 늘어난 식구들을 보며 "이제 더는 안 돼"라고 말했으나, 다음 날 아침 누군가 문 앞에 개를 또 버리고 갔다. 작은 상자 안엔 삐뚤빼뚤, 초등학생 정도가 쓴 듯한 노란색 메모도 붙어 있었다. '이 녀석 이름은 순딩이에요. 밥도 많이 안 먹어요. 제발 버리지 마세요. 죄송해요.' 은숙은 "버리고 간 사람이 나보고 버리지 말라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며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는 꼬물꼬물한 작은 개를 품에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바들바들 떨던 개는 따뜻한 우유를 먹이자 곤히 잠들었다.

착한 사람이 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는 걸, 부부는 금세 깨달았다. 13마리를 구조한 후 맡기고 간 이는 위탁비를 한 달만 내고 연락이 끊겼다. 현송의 친구가 "어쩌려고 그러냐"며 나무랐으나 그는 "나한테 꼬리치는 걸 어떡해, 안락사시킬 순 없잖아"라며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몸을 굳게 하는 주사기 바늘보단 한숨이 낫다며 현송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100마리, 150마리, 200마리. 개들은 자꾸자꾸 늘어났다. 사람들은 소문을 듣고 더 많은 개들을 버리고 갔다. 개들을 돌보기 위해 은숙과 현송은 그동안 모았던 재산도 야금야금 까먹기 시작했다. 지역 유기동물 보호소는 후원이 더 힘들었기에. 그러는 동안 어엿한 보호소 이름도 생겼다. 부부는 '민들레 쉼터'라 지었다.

- "왜 하필 민들레야? 잡초 같은 강인한 생명력, 이런 거?"

현송이 은숙에게 물었다.

- "아니, 그런 게 싫어서. 아스팔트 사이를 비집고 꽃이 피는 게 싫더라고. 지나가다 밟히기 쉽잖아. 그런 곳에서 꿋꿋이 살아야 하는 게 속상해. 얘네들 같잖아."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은숙이 오후 볕을 등지고 귀를 종종 펄럭거리며 꾸벅꾸벅 조는 우물이를 보며 그렇게 답했다. 처음엔 마음을 꾹 닫고 사람을 피하던 아이는 이젠 아침만 되면 밥을 달라고, 산책가자고 펄쩍펄쩍 뛰었다.

은숙이 이어서 말했다.

- "그리고 잡초 아니야. 민들레야. 이름이 있잖아. 길에서 사는 개들도 다 이름이 있었어. 잠시 잃어버린 것뿐이지. 그거 알아? 가끔 얘 이름을 불렀는데, 다른 애가 쳐다볼 때가 있어. 그러면 혹시 집에서 부르던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그럼 이렇게 말해. '이젠 여기가 너희 집이야.'"
- "그럴지도 모르지."
- "어쨌든 민들레도 좀 쉬었으면 해서. 애써 버티지 말고 그냥 좀 쉬었으면 싶어서. 그래서 쉼터였으면 좋겠어. 그거 알아? 민들레 꽃말이 행복인 거."

'민들레 꽃말이 행복이었구나', 현송은 민들레 씨처럼 보송보송한 아내의 그 말을 몇 번씩 되새김질했다. 후-하고 불면 어느 거리든 간에 고단히 헤매는 존재에게도 이 행복이 빠짐없이 닿을 것처럼.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민들레 쉼터'가 시작된 지 10여년이 되던 어느 가을. 개들의 밥과 물을 주고, 배변을 치우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은숙의 전화벨이 어지럽게 울렸다.

- "도로 한복판에 개가 쓰러져 있어요? 거기가 어디예요?"

부리나케 달려간 곳은 차도 중앙 분리대 옆이었다. 길을 떠돌던 개가 차에 치인 모양이었다. 오래 떠돌며 살았는지 긴 털은 얼룩덜룩했고 곳곳이 뭉쳐 있었다. 쓰러진 개는 네 발을 옆으로 쭉 뻗은 채 숨만 가쁘게 쉬었다. 눈으로 얼핏 보기에도 치료가 시급해 보였다. 순간 은숙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돌보고 있는 개들의 병원비도 많이 밀려있었기에.

하지만 눈앞에 죽어가는 생명을 보며 은숙은 늘 해왔던 선택을 했다. 개를 안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손끝에 아직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진료실로 들여보내고 나온 은숙은 한참을 피 묻은 옷소매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곤 이내 휴대폰 SNS를 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병원비를 도와달라'고.

그의 SNS에는 돌보는 개들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맛있는 갈치입니다. 간은 안 되어 있어요. 갈치도 드시고 안락사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가여운 아이를 위해 고운 맘을 보태어주세요.' 개들 병원비에 보태고자 SNS로 생선도 팔았다. 단돈 얼마라도 더 보태기 위해 식당에서 시간제로 일도 했다. 도와달란 말이 처음엔 쉽지 않았으나 아이들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용기가 불쑥불쑥 났다.

SNS 병원비 후원 요청글에 많은 이들 마음이 움직였다. 민들레 쉼터의 통장엔 치료비가 모이기 시작했다. 떠돌이 개에게 강하게 살아남으라고 '강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어떻게든 모두가 살리려던 강이는 병원에서 3시간 만에 숨졌다. 워낙 위독한 상태였다. 은숙은 그날 밤 10시경 뒤늦게 강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곤 잠들지 못한 채 화장실 세면대 앞에 망연자실 섰다. '떠돌이 개의 마지막 기억이, 마지막 감촉이 거친 아스팔트나 육중한 타이어가 아니었음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낡은 수도꼭지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강이는 죽었지만, 후원금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1만원, 3만 원, 5만 원, 10만 원. 은숙은 떠나보낸 많은 개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치료해야 할 개들의 말간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어두운 밤, 물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그칠 줄을 몰랐다.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코를 감싸는듯 은은한 향이 피어올랐다. 고운 국화꽃 한 다발 앞에 은숙이 환히 웃고 있었다. 현송은 아내의 영정 사진 앞에 허망하게 앉아 있었다.

"강이 살리겠다고 모금한 건 다 돌려주자" 현송은 은숙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은숙은 남편의 말대로 모금액 600여만 원 중 대부분을 돌려줬다. 하지만 강이가 죽었다는 걸 하루 이틀 늦게 알린 이에게 어떻게 죽은 개를 가지고 모금을 할 수 있냐는 질책과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이며 신문 뉴스에도 은숙의 이야기가 나갔다.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조하던, 버려진 이들의 엄마는 스스로 그렇게 떠났다. 개 190마리와 고양이 40마리를 남겨둔 채.

- "그 정도로 힘든 거였으면 어디서 돈을 꾸어서라도 해줬을 건데. 그놈의 돈이 뭔데, 돈이 뭐라고."

들꽃 같은 은숙의 영정 사진 앞에서 현송이 할 수 있는 건 넋두리 같은 혼잣말뿐이었다.

- "돈? 돈이 뭐기는. 그 생각을 떨치는 순간이 없었지. 애들 돌보려면 매달 임대료에 생활비까지 월 250만 원에서 300만 원은 넘게 드는데 후원금은 고작 몇 십만 원을 넘기지 못하는 삶이 벌써 10년 넘었어 여보. 치료비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깨지는데, 그렇다고 죽어가는 애들을 안 살릴 수도 없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데. 그러니 돈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걸 몰라서 물어?"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은숙의 대답이 그렇게, 장례식장 접견실 허공에서 들리는 듯했다. 아내는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늘 웃는 얼굴로 개들을 돌보던 은숙의 모습이 떠오르자 가슴 깊은 곳에서 축축하고 뭉근한 무언가가 차올랐다.

- "맞아, 잘못했어. 그렇지만 잘못하지만은 않았어, 10년 넘게 살린 개들을 생각해봐. 당신 아니었으면 길에서 죽었을지도 모를 개들 말이야. 그렇지? 여울아, 장군아, 뭉치야, 상근아, 새봄아, 까미야, 단비야, 아롱아, 솜아, 송송아, 마음아……."

들썩이는 현송의 어깨 위로 향 연기가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졌다.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앙상한 나뭇가지가 다시 연둣빛으로 채워질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내려놓기만 하면 꽁꽁 얼었던 개들의 물그릇도 이제 더는 얼음이 되지 않았다.

은숙이 떠난 뒤, 현송은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하루를 보냈다. 230마리의 사료와 물을 채우고 배변을 치우는 일상을 반복하며 버텼다.

초등학교 3학년쯤 됐을 법한 한 여자아이가 쉼터 문을 두드렸다. 현송은 큰 개들의 배변을 치우다 말고 밖으로 나갔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됐다. 쉼터에 온 건 아이 혼자가 아녔다. 하얗고 작은 개 한 마리를 소중히 품에 안고 있었다. 눈가엔 눈물 자국이 진했고, 털은 덥수룩했고, 몸은 앙상한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현송이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아이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 "할아버지, 얘 좀 살려주시면 안 돼요? 오늘 학교 운동장서 돌아다니는데 아이들이 짓궂게 장난을 쳐서 저도 모르게 안았어요. 여기서 개들 소리가 많이 들리길래 와봤어요."
- "여기 데려오면 안 되는데. 선생님께 말씀드렸니?"
- "말씀드렸는데 그냥 원래 있던 곳에 두라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안 해주셨어요."

아이가 울 것 같은 얼굴이 되는 걸 보고 현송은 더 물을 수 없었다.

- "알겠어, 상태 좀 보자. 땅에 천천히 내려놓아 볼래?"

아이는 개를 사뿐히 내려놓았다. 녀석은 뒤뚱뒤뚱 걸었고, 털엔 윤기가 덜 했으며, 왼쪽 눈은 뿌연 빛이 감돌았다. 길을 떠도는 늙은 개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았다. 턱을 아스팔트 바닥에 떨구고 자는가 싶더니, 개는 제자리를 빙빙 돌았다. 아이 얼굴빛이 걱정스레 물들었다. 길을 떠돌며 치료가 필요한 늙은 개, 현송은 얘는 또 치료비가 얼마가 들까 싶어 고민하다가 자길 빤히 보는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잠시 뒤, 개를 품에 고이 안았다. 녀석은 현송을 바라보지도 않고 눈을 천천히 감았다. 아이와 현송이 얘기하는 말소리를 자장가 삼아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작은 심장 박동이 콩콩 전해져 왔다.

"할아버지, 감사해요. 또 보러 올게요! 봄이야, 안녕!"
"봄이가 얘 이름이야?"
"네!"

현송은 해맑게 웃는 아이 모습에 모처럼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비슷한 표정을 짓던 누군가가 떠올라서.

노란 웃음 위로 웬 하얀 나비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소설을 읽으면 '기부'가 됩니다


/사진=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 이지혜 디자인기자
현장에서 취재할 때마다, 돕고 싶은 이들이 참 많았었습니다.

하루종일 폐지를 165kg씩 주워도 고작 1만원 벌이에 숨막히는 삶이었던 아버지.
남편을 잃고 아이들을 키울 길이 막막하다며 살려달라고 메일을 보냈었던 어머니.
길을 떠돌던 개와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아, 시간과 돈을 다 잃고 허덕이던 유기동물 보호소.
가족들도 버린 발달장애인들을 수십년씩 돌보느라 빚더미에 앉은 목사님.
코로나19로 노숙인들 무료 급식소가 문 닫자, 밥 굶길 수 없다며 도시락을 600개씩 만들어 나눠주는 신부님.
어르신들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아지들 간식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월급 주는 대학생 대표님.
양육시설에서 보호가 종료돼 고작 500여만원의 돈을 받고 세상에 던져지는 아이들.
학교 폭력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밤낮으로 곁을 지키며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

그러니 이들을 만나고 오면, 어찌하면 기사를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컴컴해질 때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 불빛을 벗삼아 눈을 부비던 날이 허다하게 많았습니다.

그러나 기사를 써도, 많이 읽는다해도, 이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건 참 힘들었었지요.
그 한계를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습니다.
버려진 230마리…'강아지 엄마'가 떠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소소소설은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외되었지만 소중한 이들을 위한 소설'이란 뜻입니다.

시선이 닿았으면 하는 분들 이야기를 소설로 한 편씩 쓰려 합니다.
사실을 기반으로, 제 상상력을 더해 마음이 갈 수 있는 이야기로요.
이를 위해 소설책도 두루 읽고, 소설 작법 책도 사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소소소설은 유료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별다방 아메리카노 한 잔보다, 100원 저렴한 가격(한 달 구독료)입니다.

구독료는 N사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만 제외하고, 전액 기부합니다.
무관심을 관심으로 이으면서, 실제 소설 속 주인공들을 도울 수 있는,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모델입니다.

기부내역은 매달 투명하게 공개하고,
뒷이야기도 취재해 쓰려 합니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걸 잘 아니까요.

앞에서 읽으셨던 '민들레 아빠'도 실제 이야기를 취재해 썼습니다.
평생 버려진 개와 고양이 230마리의 엄마였던, 고(故) 서현숙 소장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울산 나래울센터'로 바뀐 보호소를, 남편 김수송 소장님이 돌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에 비해 지방 유기동물 보호소 재정은 대부분 열악해, 여전히 힘겹습니다.
그래서 소소소설 구독료를 기부해 보탤 생각입니다.

제가 쓰는 이 소설 속 고단한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함께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간절히 기다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첫 달은 무료입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남형도 기자 드림.
"내가 좋은 사람이고, 너는 배가 고픈 불쌍한 사람이라 밥을 주겠다는 게 아닙니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나누는 거예요. 누구든 살면서 어려운 시기를 만날 수 있잖아요. 그때 손을 잡고, 넘어져 있지 말라고, 일어나라고, 같이 걸어갈 수 있다고. 그게 제 역할이에요. 아름답지 않나요." -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하기 전, 하트를 그리며 인사하던 김하종 신부님/사진=남형도 기자
"내가 좋은 사람이고, 너는 배가 고픈 불쌍한 사람이라 밥을 주겠다는 게 아닙니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나누는 거예요. 누구든 살면서 어려운 시기를 만날 수 있잖아요. 그때 손을 잡고, 넘어져 있지 말라고, 일어나라고, 같이 걸어갈 수 있다고. 그게 제 역할이에요. 아름답지 않나요." -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하기 전, 하트를 그리며 인사하던 김하종 신부님/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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