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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이탈했습니다"...아니, 제주에선 좀 그래도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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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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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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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티맵모빌리티·제일기획 인터뷰
느린 길 안내하는 '슬로우로드' 인기 있는 이유

사려니 숲길 드라이브 길. /사진=슬로우로드 유튜브 캡쳐
사려니 숲길 드라이브 길. /사진=슬로우로드 유튜브 캡쳐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와 제주도 여행 중 해안도로에서 드라이브를 하는데, 내비에서 자꾸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안내 멘트가 나오는 거예요. 초행길이라 내비를 끌 수도 없는데. 그 불편함의 시작이 '슬로우로드'가 탄생한 계기였죠."

여행에 가서까지 무조건 빠른 길로 갈 필요가 있을까. 정해진 경로를 이탈해야만 보이는 '느리지만 아름다운 길'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에서 '슬로우로드'를 개발한 손세린 티맵모빌리티 매니저, 김선택 제일기획 프로, 이선홍 제주관광공사 과장을 만났다.



하루 670명이 '슬로우로드' 이용…내비가 알아서 아름다운 길로


슬로우로드 이용 화면 예시. /사진=티맵모빌리티
슬로우로드 이용 화면 예시. /사진=티맵모빌리티
슬로우로드는 티맵모빌리티와 제일기획, 제주관광공사가 함께 제주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느린 길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적게는 5곳, 많게는 11곳의 장소를 경유하는 우회길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제주공항에서 성산일출봉으로 이동할 경우 내비게이션은 주로 97번 도로(번영로)와 1119번 국도(서성로)를 지나는 빠른 길을 추천하지만, '슬로우로드'는 아침미소목장, 한라생태숲, 안돌오름 등을 경유하는 경로로 안내해준다.

지난 3월29일 서비스 론칭 이후 현재까지 총 3만명이 넘게 이용했다. 하루 평균 670명이 슬로우로드 서비스를 이용한 셈이다. 관광객뿐 아니라 실제로 제주도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 과장은 "제주도민들도 해안도로를 어디서 타기 시작해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헷갈리는데, 슬로우로드를 이용하면 그런 걱정이 없어서 도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라며 "주변에서 써본 사람들도 칭찬을 많이 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서비스는 제일기획이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 프로는 "제주도에서 해안도로를 달려보려고 하면 내비게이션은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계속 일주도로로 유도하면서 여행을 방해한다"며 "한번은 해안도로 표지판을 보고 급하게 들어가려 하다가 사고가 날뻔 한적도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여행길은 알아서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안내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관광공사 이선홍 과장, 제일기획 김선택 프로, 티맵모빌리티 손세린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제주관광공사 이선홍 과장, 제일기획 김선택 프로, 티맵모빌리티 손세린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제일기획과 제주도청, 제주관광공사, 티맵모빌리티가 업무제휴협약을 맺으며 '슬로우로드'가 탄생했다. 제일기획은 슬로우로드 서비스 최초 기획과 실행, 홍보영상 제작을, 제주관광공사는 관광 데이터를 활용한 여행 경로 개발과 서비스 페이지 구축을, T맵 모빌리티는 T맵 내 슬로우로드 서비스 적용을 위한 기술을 지원하는 등 힘을 모았다.


"한땀한땀 가보고 싶도록 50개 루트 만들었어요"


제주관광공사 이선홍 과장, 제일기획 김선택 프로, 티맵모빌리티 손세린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제주관광공사 이선홍 과장, 제일기획 김선택 프로, 티맵모빌리티 손세린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슬로우로드는 제주 내에서 총 50개의 경로를 제공한다. 이 과장은 "국내외 포털사이트와 SNS, 커뮤니티 등에서 성별, 연령별, 월별, 계절별 검색량과 관심도, 웹 발행량과 연관 키워드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POI(관심지점)들을 1만개 정도 뽑아냈다"며 "이를 다시 제주공항, 애월, 한림, 중문, 서귀포, 성산, 표선 등 7개 권역으로 나눠 테마에 맞게 50개 경로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은 정해진 50개 테마 경로를 이용자들이 '가보고 싶게' 하는 게 과제였다. 김 프로는 "제주 사려니숲길은 비가 올때나 안개낄 때 추천하고, 주변에 맛있는 빵집이 있다면 '빵지순례' 코스를 넣거나 1100번 도로는 겨울에 눈이 올 때 위험하니 '체인 필수'라는 안내 메시지를 넣는 등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내비=빠른길'이라는 기존 틀을 깨는 일이다 보니 기술 개발 과정에서도 우여곡절도 많았다. 손 매니저는 "실시간으로 빠른 길을 안내하는 기존 형태가 아니라, 정해져 있는 경로대로 운전할 수 있게끔 새로운 로직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고정된 경로가 있으니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용자가 운전 도중에 잠시 멈추거나 경유지를 추가하거나 전혀 다른 길로 갈 때의 예외 상황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럴 때는 어느 길로 다시 안내를 할 것인가 하는 로직 구성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만큼 애착도 많다. 손 매니저는 "경로 자체가 50개나 되다 보니까 한땀한땀 바느질하듯 연결하며 개발을 해서 모든 루트와 서비스 자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며 "휴대폰 단말 5개씩 들고 하루 종일 직접 운전을 하며 실차 테스트를 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또 보완했다"고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 명소 발굴에 관광객 분산 효과도


'알뜨르 비행장' 모습. /사진=티맵
'알뜨르 비행장' 모습. /사진=티맵
기존에 알려진 관광명소 외에도 제주 지역 곳곳에 숨은 명소들도 발굴했다. 대표적인 곳이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알뜨르 비행장'이다. 이 과장은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 때 비행장이 있던 자리로, 잊지 말아야 할 아픈 흔적이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았던 공간"이라면서 "주변에 보리밭길과 제주 비엔날레 전시 작품도 있어 슬로우로드로 찾아가보기 좋은 숨은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수요가 제주도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객 분산효과도 있었다. 김 프로는 "특히 신혼부부 관광객이 늘면서 길고 여유롭게 제주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숨은 명소들을 발굴하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들이 슬로우로드를 잘 활용하는 케이스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향후 이들은 슬로우로드를 제주 외에도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버전만 나와 있지만 7월 중에는 iOS 버전도 출시된다. 손 매니저는 "우선 제주에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이후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티맵 자체 메뉴에도 탑재해 더 많은 이용자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계속해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프로 역시 "일종의 경로 큐레이션 서비스인 만큼, 향후 음악과 연동을 시키거나, 날씨에 따라 경로를 추천해 주는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유연한 서비스 아이디어도 생각해봤다"며 "이용자가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3사가 힘을 합쳐 해당 서비스를 끊임없이 고도화시켜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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