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사이트] 북한식 '실제 행동'의 분기점

[편집자주]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해 6월20일 "각지에서는 대규모적인 대남 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 사업이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면서 공개한 전단의 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남측에서 날린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삐라)에 대한 물리적인 대응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에도 남북 간 문제는 완전히 풀리지 않은 듯하다.

대공무기인 '고사포'가 남측으로 전진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전단에 고사포로 대응하는 것은 전단이 대형 풍선에 매달려 하늘길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 고사포는 대북전단금지법 입법의 명분이 되기도 했는데, 비록 북한이 우리 측이 아닌 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발사하더라도 접경지 주민들에게는 신변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대북전단에 대해 준비한 대응 조치는 이뿐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6월20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대남전단'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대북전단에 대응해 자신들도 우리 측에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전단에 피다 만 담배꽁초를 뿌려놓고 이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최고존엄 모독'을 주장하는 자신들이 대북전단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남전단 살포 '위협'은 날이 갈수록 고조됐고 이에 따라 남북 간 긴장의 강도도 높아졌다. 표면적으로는 민간을 동원해 전단을 살포할 계획이었으나, 북한은 군사작전 지역에서의 살포를 위한 군 총참모부의 '지원'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의 보복 조치였다. 대남전단이 공개되기 수일 전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도발적 행보가 있긴 했지만 대남전단의 공개적, 대대적 살포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일이기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해 6월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대남전단(삐라) 살포 준비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물론 이 대남전단은 살포되지 않았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격적으로 군사행동의 '보류'를 선언하면서다. 그리고 대남전단의 존재, 살포 계획에 대한 관심은 다시 사그라들었다.

그랬던 북한이 다시 이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남전단이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다소 '지저분하게' 만드는 행보가 될 것 같기 때문이고, 이는 역사에 그대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대남전단이 1200만 장 인쇄됐으며, 이를 뿌리는 작전은 '삐라 소나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북한이 밝힌 이 내용, 특히 1200만 장이라는 숫자가 허위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해처럼 대대적인 '선전전' 없이 조용히 대남전단 살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 살포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

북한의 대남, 대외 관련 실제행동이 이행된다면 시기는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만남이기도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이미 전달받은 북한이 주목하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일주일 남은 시간 동안 정부가 상황관리에 어떤 '묘수'를 짜낼지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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