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80' SSG 불펜에 뜬 태양 "비결은 9년 전 대선배 한 마디"

SSG 이태양./사진=OSEN

SSG 랜더스의 불펜을 든든하게 지키는 두 투수가 있다. 1990년생 동갑내기 투수 이태양(31)과 김태훈(31)이다. 이들이 시즌 초반 호투를 펼치는 배경 속엔 멘탈 강화가 있었다. 특히 이태양은 '코리안특급' 박찬호(48)에게 전수받은 비결을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SSG는 16일까지 팀 타율 0.247(9위), 득점권 타율 0.225(10위), 팀 평균자책점 5.35(9위)로 공격·수비 지표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팀 성적은 18승 16패 승률 0.529로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은 이기는 경기를 지켜낼 수 있는 필승조 선수들에게 있다.


이태양은 18경기에 등판해 20이닝을 소화했고, 3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 중이다. 김태훈은 16경기 등판(19⅔이닝) 2승 1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2.29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태양은 중간 투수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던 2018시즌과 견줄 수 있을 정도다. 당시 한화 유니폼을 입고 63경기에서 79⅓이닝을 소화했고, 4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6일 비로 취소된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이태양은 "나는 마운드 위에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만 생각한다. 포수가 바깥쪽 사인을 내면 거기에 던지면 내가 할 일은 끝나는 것이다. 그 뒤 나온 경기 결과는 제어할 수 없지 않나. 투구 템포를 빠르게 하거나 아슬아슬한 점수 차에서 결정구를 신중하게 던지는 것 정도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9년 전 한솥밥을 먹었던 '코리안특급'의 조언 때문이었다. 이태양은 2010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그로부터 2년 뒤에 박찬호가 한화에 왔다. 박찬호는 1994년부터 2010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거둔 뒤 2012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1년간 활동한 뒤 은퇴했다.

이태양은 "한화 시절인 2012년 박찬호 선배님께서 해주신 조언을 떠올리고 있다. '배가 부르면 숟가락 놓을 수 있고 피곤하면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것은 할 수 있지만, 마운드에서 공 던지고 난 뒤의 결과는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조언을 계속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SSG 불펜 대장 김태훈 역시 멘탈 강화를 시즌 초반 달라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스포츠심리학 상담을 많이 받았는데, 도움이 됐다. 지난해 안 좋았을 때 계속 결과를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예를 들면 '볼넷을 주면 어떡하지', '안타 맞으면 어떡하지', '점수 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올라갔다. 하지만 상담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르지 마라. 할 수 있는 것은 공을 던지는 것뿐인데, 왜 나중의 일을 생각하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한화 시절의 박찬호./사진=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