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손정민 父 "어떤 후원도 원치 않아…관심 하나면 충분"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고(故) 손정민씨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고(故) 손정민씨(22)의 아버지가 "어떤 후원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민씨 아버지 손현씨(50)는 17일 자신의 블로그에 '비오는 일요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손씨는 "오늘 집회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우리나라는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가 있다. 저와 정민이의 의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날 있었던 집회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람들이 모이면 그걸 이용하려는 분들도 있고, 각자 생각이 다르다 보니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걸 해결해 나가는 게 우리 사회"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2시 반포한강공원에는 정민씨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 촉구 집회가 열려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신속·공정·정확 수사 촉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CCTV 공개하라"를 외쳤다.

손씨는 최근 많은 이들이 제안한 후원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많은 유튜버분들이 있고, 후원 관련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우리는 그 어떤 후원도 원치 않는다. 각자 판단하실 문제"라고 밝혔다.


'유튜버 후원 문제'는 전날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후원금 논란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온라인상에는 '한강 시위 현장에 그것이 알고 싶다 PD 등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로 추정되는 인물이 실시간으로 집회 방송을 진행하던 한 유튜버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PD가 "후원 받은 걸 (정민씨) 아버님께 전달하려고 하시는 거냐"고 유튜버에게 묻자, 그는 "아버님이 원하시면 오늘 중계한 후원금 100%를 드릴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에 PD가 "그렇게 하기위해서 후원을 받는거냐"고 다시 묻자, 유튜버는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말한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남의 슬픔을 이용해서 돈 벌려고 한다", "정민씨 아버지는 알고 있냐"는 등 해당 유튜버를 비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종이의TV'

이에 대해 손씨는 "저는 많은 분들의 관심 하나면 충분하다"며 "많은 분이 '힘센 변호사를 동원해서 압박해야 한다'고 하지만, 경찰이 내사 중인 사건이고 기소가 가능하면 검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왜 힘센 변호사가 필요하냐. 우리나라는 그래야만 하는 나라냐"고 반문했다.

손씨는 정민씨의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대로 누군가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며 "'당신은 천년만년 살 것 같냐. 그렇게 지키려는 것들도 언젠가 다 부질없다'고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우리 부부 아직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된다"며 "악성 댓글도, 알바도 걱정 안하셔도 된다. 사회에는 그런 분들도 있으니까"라고 자신들의 안부를 전했다.

한편, 정민씨 실종 당일이던 지난달 25일 함께 있던 친구 A씨 측은 17일 첫 공식입장을 냈다. 정민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 17일 만이다. A씨 측 법률대리인 정병원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A씨 측이 기억하는 사실관계, 변호사 선임 경위, A씨 측의 현재 경찰조사 상황,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혔다.

정 변호사는 특히 "A씨와 가족들은 그동안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 실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실종 당일 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별로 없어 구체적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고,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그간 침묵을 지켰던 이유를 밝혔다.

또 "A씨는 절친한 친구가 실종된 충격과 걱정, 자신이 끝까지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매우 큰 상태였다"며 "부모로서 (A씨가) 어떤 감정적 동요가 생길지, 어떤 극단적 행동을 하지 않을지, 혹시 평생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지 등을 걱정했다"고 변호사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