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A 측이 밝힌 故손정민씨 실종 '그 날의 재구성'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故 손정민씨 친구 A씨의 스마트폰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와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의 행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17일 A씨 측은 사건 당일 A씨와 A씨의 부모가 기억하는 사실관계를 정리해 발표했다. 경찰의 조사결과와 A씨 측의 입장 등을 종합해 당일의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4월 24일 밤 10시30분 시작된 두 사람의 술자리
지난달 24일 A씨는 다른 친구와 함께 밤 10시까지 술을 마셨다. 친구와 헤어진 후 술을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어 정민씨에게 연락했다. 둘은 수 차례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도 갔을 정도로 친했고, 언제든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라는 게 A씨 측의 설명이다.


정민씨는 밤 10시30분쯤 집을 나섰다. 두 사람은 밤 10시54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세차례에 걸쳐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샀다.

구매 내역을 확인해보면 술은 총 640㎖짜리 소주 2병과 360㎖짜리 소주 2병, 막걸리 3병, 청주 2병을 구입했다. 계산은 두 사람이 나눠서했다. 구매한 술을 얼마나 누가 더 마셨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두 사람 모두 만취할 수준으로 마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당시 만취상태로 어떤 술을, 어느 정도로 마셨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A씨가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기억은 본인이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나무를 손으로 잡았던 느낌, 정민씨를 깨우려고 했던 것 등이다.

이들은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동영상 등을 찍었다. 오전 1시45분부터 10분간 짧게 동영상을 찍었다. 동영상 내 두 사람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었고, 목격자도 다투는 모습은 없었다고 했다.
25일 만취한 두 사람...새벽 3시37분 아버지와 통화한 A씨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씨(22)와 친구 A씨를 사고 당일 현장에서 보았다는 목격자 2명이 찍은 사진/사진=뉴스1

오전 2시30분부터 오전 3시38분까지 두 사람을 목격한 복수의 목격자가 있다. 이들에 따르면 정민씨는 누워있거나 앉아있기를 반복했고, 친구 A씨는 한강 쪽으로 구토를 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오전 3시38분, 정민씨는 앉아있었고 A씨는 곁에서 통화하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반포한강공원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A씨는 오전 3시37쯤 본인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A씨 아버지가 받아 1분57초간 통화했다. 당시 A씨 발음은 술에 취해 꼬여 A씨 아버지가 알아듣기 어려웠다. A씨가 '고인이 술에 취해 깨우기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아버지는'친구 잘 깨워서 집에 보내고 너도 빨리 택시 타고 돌아와라'고 말했다고 한다.
25일 오전 4시20분대 한강 잔디밭에서 목격된 A씨오전 4시15분쯤 A씨가 사는 아파트에서 화재 신고가 있어 소방관이 모든 집을 방문하는 소동이 있었다. A씨 부모는 다시 잠에서 깼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A씨에게 어머니가 오전 4시27분 전화를 걸었으나 A씨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이 시점부터 A씨의 부모는 줄곧 A씨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A씨 휴대전화는 손씨를 만났을 때 이미 배터리가 1%였고 공원에서 충전기를 사 일부 충전했다는 게 A씨에게 남은 기억이다.

A씨의 어머니가 A씨에게 전화할 때, A씨는 한강변 경사면 잔디 끝부분에서 가방을 메고 잠든 채 목격자에게 발견됐다. 기존에 정민씨와 함께 있던 것이 목격됐던 돗자리에서 약 10m 떨어진 곳이다.

목격자는 자신의 일행을 찾다가 A씨를 발견했고, 경사면에서 잠들어 있는 게 위험해보여서 깨웠다고 한다. A씨가 일어난 뒤에는 한두마디 말도 나눴다. 당시 목격자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A씨의 인상착의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이후 오전 4시33분 A씨는 반포한강공원 토끼굴 CCTV에 한강공원을 나서는 모습과 이후 택시를 타는 모습이 찍혔다. 목격자가 깨운 시간 등을 감안했을 때, 일어나자마자 집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A씨는 이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25일 5시10분쯤 A씨 가족, 손씨 찾으러 한강으로...손씨 집에도 전화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故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꽃과 메모가 놓여있다/사진=뉴스1

오전 4시50분쯤 귀가해 자려는 A씨에게 아버지가 술을 얼마나 마셨냐고 물었다. 또 정민씨는 집에 잘 갔느냐고 물었으나 A씨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A씨 측은 "A씨의 아버지는 정민씨가 여전히 한강공원에서 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됐다"며 "A씨의 아버지는 새벽에 고인 집에 연락드리기 송구스러워 직접 한강공원에 가 확인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어머니가 차량을 운전해 함께 한강공원에 갔다. A씨 가족이 한강공원 도착한 시간은 오전 5시10분쯤이다. A씨의 아버지는 당시 고인이 술에 취해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누워 있다면 그리 찾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돌아봤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고, 당시에도 A씨는 여전히 만취한 상태로 비틀거리거나 토하거나 길에 눕기도 했다.

A씨의 아버지는 정민씨가 집에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정민씨 집에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A씨의 어머니는 정민씨의 어머니에게 정민씨가 집에 잘 들어왔는지 물었고, 이때가 5시30분쯤이다.

정민씨가 귀가하지 않음을 안 정민씨 부모가 공원으로 왔고, 정민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A씨와 A씨 아버지는 계속해서 정민씨는 찾았으나 정민씨 어머니가 A씨 어머니에게 '경찰 신고를 마쳤다. 집에 돌아가시라'고 문자를 보냈고, A씨 가족은 귀가했다.

실종 5일 후 정민씨는 반포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실종에서 변사사건으로 전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경찰은 정민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오전 3시38분 이후 정민씨의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실종됐던 당시 인근 CCTV 54대와 154대 차량의 블랙박스를 분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