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같아서…故손정민 추모집회 5060, 경찰엔 "못 믿겠다" 분노

지난 16일 반포 한강공원에 고 손정민씨를 추모하러 모인 추모객들이 서초경찰서로 행진을 주장하며 경찰 저지를 무릅쓰고 걸어가고 있다/사진=임소연 기자

"수사 조작하지 말라고 하려고 나왔다."

고(故) 손정민씨 사인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집회엔 손씨 부모뻘 나이대의 50~60대 시민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신속·공정·정확 수사 촉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CCTV 공개하라"고 외쳤다. 일부는 "우리가 정민이 부모다"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김포에서 왔다는 50대 장모씨는 "경찰들은 똑바로 수사하라"고 소리쳤다. 김씨는 "비오는 날 다리도 아픈데 멀리서 왔다"며 "이 사건만큼 범인이 정확한 사건이 없는데 몇날며칠 땅만 쑤시고 있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부천에서 왔다는 50대 김모씨도 "경찰 수사를 하나도 못 믿겠다"며 "경찰이든 정부든 정민이 사건을 놓고 숨기는 게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함께 온 세명의 시민과 함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다 거짓말로 속였다", "진상규명" 등을 외쳤다.


일부 시민은 "정부가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채 큰소리로 주장을 펼치던 이모씨는 "사람들이 모여서 진실을 찾는 게 경찰과 정부는 무서운 거다"며 "순수한 마음의 집회를 못하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사전에 집회 신고가 돼있지 않았다. 사전신고 없이 한 데 모여 구호를 외치거나 행진하는 건 불법 집회로 간주된다. 점점 사람들이 한 데 모이면서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과 공원 관계자들이 거리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민 일부가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지난 16일 반포 한강공원에서 고 손정민씨를 추모하러 모인 추모객이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임소연 기자

이들은 현장의 경찰들을 향해 "수사나 똑바로 해라", "추모하러 왔는데 감시하느냐"며 외쳤다. 일부는 경찰을 향해 "CCTV를 공개하라"고 외치고 손씨의 친구 A씨 실명을 언급하며 "구속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대화경찰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경찰에게 몸을 들이밀어 다가서며 "사람이 죽었는데 경찰은 사복경찰 쫙 깔고 주최측 색출하려 한다"며 고함을 쳤다.

집회엔 카메라를 든 유튜버들도 참여했다. 손씨 사망과 관련한 내용으로 영상을 다수 올린 유튜버 '종이의 TV'도 있었다. '종이의 TV'는 이날 라이브 방송으로 자신의 계좌와 함께 집회 현장을 찍고 있었다.

'종이의 TV'를 인터뷰한 취재진이 "방송에서 후원받은 걸 아버님께 전달하려고 이렇게 하는 거냐"고 묻자 유튜버는 "아버님이 원하면 중계하며 받은 후원금 100%를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유튜브 후원금을 받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유튜버와 시민들은 "돈으로 본질을 흐리지 말라"며 소리치며 취재진을 밀어냈다.

이와 관련해 손씨 아버지 손현씨는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후원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킨 유튜버들에 대해 들었다"며 "우리는 그 어떤 후원도 원치 않고 앞으로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각자 판단하실 문제"라고 했다.
조용히 애도하는 시민도..."진실규명" 외치며 서초경찰서로 행진

반포 한강공원에 고 손정민씨를 추모하러 모인 추모객들이 놓은 꽃과 메시지들/사진=임소연 기자

사람들이 뒤엉킨 쪽 한켠엔 핸드폰 불빛을 켜고 가만히 서서 상황을 지켜보며 애도하는 시민도 있었다.

한 손엔 우산을 한 손엔 딸 손을 잡고 나온 최모씨는 "집에서 창밖을 봤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나와보니 추모 이유로 모인 거더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최씨는 "너무 안타깝고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집회를 신고하고 하라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모든 게 이성적으로 되겠나"고 말했다.

구호를 외치며 모인 인파가 수십명으로 늘면서 경찰이 불법 집회임을 알리고 채증에 들어가겠다고 공지·경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모하는 마음엔 공감하지만 거리 두고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집회를 해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호를 외치는 일부 시민들이 경찰을 몸으로 밀어내는 상황도 발생했다.

2시40분에 대화경찰이 시민들과 대화에 나섰지만 일부 시민들이 서초경찰서로 행진을 주장하면서 시민 200여명이 꼬리를 물고 반포 한강공원에서부터 서초경찰서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반포 건널목 부근에서 노란 우비를 입은 경찰 30여명이 띠를 만들어 행진을 막았으나 거센 반발에 길을 열었고 행진이 계속됐다. 서초경찰서 앞에 도착한 시민들은 "진실 규명"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손씨는 지난달 25일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탑승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경찰은 손씨 실종 당일 손씨가 친구와 함께 있던 게 마지막으로 목격됐던 오전 3시38분 이후의 행적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