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경고 현실로? '스팩' 주가 이제 액면도 힘겹다

사진=AFP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 이른바 스팩(SPAC)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인수 계약이 발표돼도 주가가 액면가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인수 능력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레피니티브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달 인수 계약을 발표한 13개 스팩 가운데 액면가인 10달러를 상회하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불과 두 달 전 인수를 발표한 스팩 10곳 중 9곳이 10달러를 상회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미국에 상장된 200개 이상 스팩 주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디파이언스 넥스트 제너레이션 스팩 파생 ETF(티커: SPAK)는 이달 들어서만 9.6%나 추락했다. 그만큼 스팩 투자 열기가 식었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황이 반전된 주된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은 데 있다고 본다. 개인 투자자들이 스팩 대신 가상자산(암호화폐) 같은 다른 투기적 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스팩 설립사는 FT에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 (스팩) 시장의 투기 움직임을 주도했는데 이제 스팩 시장은 완전히 죽었다"고 진단했다.

흔히 '백지수표회사'로 불리는 스팩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돈으로 유망 기업과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껍데기 회사를 말한다. 보통 상장 후 2년 안에 비상장 기업을 인수하며 인수 대상을 찾을 때까지 돈은 주로 안전한 국채에 투자한다. 스팩의 인수 대상이 된 기업으로선 신속한 상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과도한 스팩 열풍이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스팩은 인수 기업의 향후 성장 기대감에 거의 의존하기 때문에 몸값이 부풀려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스팩이 인수 대상을 발표하기만 하면 주가는 껑충 뛰는 게 예사였다. 시티그룹의 전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클레인이 이끄는 스팩인 처칠캐피탈IV가 루시드모터스와 합병할 것이라는 소식에 주가가 90% 가까이 뛴 게 그 예다.


그러나 이제는 스팩의 대형 계약 소식도 투자자들을 끌어당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MGM의 CEO 출신인 해리 슬로언 등 참여한 스팩인 소어링이글애퀴지션이 지난주 유기체 공학기술회사 깅코바이오웍스를 17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10달러를 하회하고 있다. 오로라애퀴지션(AURC) 역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한 모기지 스타트업 베터를 69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5% 떨어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스팩은 주주들의 승인을 얻기 위해 거래 금액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기업 인수에 반대해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하면 투자자들은 액면가를 거의 반환받을 수 있기 때문에 스팩이 액면가 10달러를 유지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예컨대 미국 차량용 인공지능(AI) 센서 스타트업인 에이아이(AEye)는 이달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가 설립한 스팩인 CF파이낸스애퀴지션III와 거래액을 재조정, 지난 2월에 발표한 19억달러에서 20% 낮추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연례 주주총회에서 "내가 이해하기로 스팩들은 2년 안에 돈을 써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2년 내로 어떤 기업을 사라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스팩 열풍이 "영원히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