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동산특위에 이견 표출…종부세·대출규제 방향 불확실성↑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김진표 특위 위원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수영 양천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이정훈 강동구청장, 박성수 송파구청장, 정순균 강남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2021.5.17/뉴스1

'부동산 민심'을 잡겠다며 정책 기조 변화를 공언한 더불어민주당이 세제 완화 등 세부적인 대책을 두고 중구난방으로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신임 지도부가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꾸려 정책 기조 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부동산특위에 대한 비판이 속속 제기되면서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후 새롭게 출범한 부동산특별위원회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지역 7개 구청장들과 긴급 정책현안 회의를 열고 재산세 문제를 논의한다.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과세기준일인 6월 1일까지 우선적으로 속도감있게 이를 추진하기 위한 차원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집값이) 급격히 폭등하니 당장 억제하기 위해서 (정부가) 세금이나 금융 조치를 내놓지 않을 수 없었고 이게 중첩되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났다"며 "재산세, 거래세 관련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전문가 의견을 함께 경청해 정책 결정 방향을 우리 주민 눈높이에서 확인하고, 그에 따라 현장감 있는 정책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공급과 관련해서는 송영길 대표의 주택정책 브랜드이기도 한 '누구나 집 프로젝트' 방안이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협동조합 형식으로 최초 분양가의 10%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도록 한 주거공급방안이다.

금융규제와 관련해서도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초장기 모기지를 포함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사실상 90%까지 풀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위 내부에서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도 LTV 70%를 적용받는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아이디어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오는 7월부터 적용 대상이 확대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부동산 세제와 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는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종합부동세 완화를 놓고서는 지도부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반발이 터져나오면서 부동산 정책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김진표 위워장은 세제 완화와 관련해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춰야야 한다"는 기준을 밝히며 종부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이에 친문(친문재인)계인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금 부동산특위가 논의하고 있는 정책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정책 실패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시지가 9억원, 시가로는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에만 부여되는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 또는 연기한다는 내용을 (특위가) 다루고 있다고 하니 우려스럽다"며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의 세부담을 경감하는 건 투기를 억제하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우리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본방향과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도세 중과는 지난해 7월 대책 발표 이후 유예기간이 있어 아직 시행도 못했다"며 "이를 또 유예하는 건 다주택자들에게 '계속 버티면 이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시장 안정화를 저해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일명 지옥고에 들어가 세들어 살면서도 1년 임대료로 600~700만원을 내는 청년과 1인가구, 1억~3억원 사이 전셋집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신혼부부,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 아끼고 모으고 살고 있는 수천만 서민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며 "부동산특위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종부세 완화 기조에 대해선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부세 완화에 대해 "더 신중해야 한다"며 청와대 역시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종부세 완화 기조를 놓고 청와대 입장을 대변하는 친문계와 신임 지도부가 정면 충돌할 경우 자칫 내년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이 이끄는 부동산특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친문계 뿐 아니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서도 나왔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날 페이스북에서 "부동산투기를 막는 것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게하여 필수 부동산 외에는 보유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고,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게 하는 방법은 조세 등으로 투기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투기용 부동산에는 금융혜택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썼다.

자칫 부동산특위가 추진하는 부동산 세제 완화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으로 지지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