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자비스가 성큼…LG 초거대 AI 개발 '올 하반기 공개'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영화 아이언맨 캡쳐

"이세돌을 이긴 구글 알파고는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바둑을 잘하는 기계일 뿐이다. 초거대 AI(인공지능)는 다르다. 특정분야에 제한된 게 아니라 사람처럼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분석, 고객 상담, 신약 개발처럼 다방면에서 뛰어난 AI를 말한다."

LG (79,200원 ▲200 +0.25%)가 3년 동안 1억달러(약 1100억원)을 투자해 인간의 뇌 구조를 닮아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글로벌 톱3 수준의 초거대 AI 개발에 나선다. LG의 AI 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은 17일 'AI 토크 콘서트'에서 이같이 밝혔다.


하반기에 미국 뛰어넘는 AI 공개'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 학습, 판단, 행동하는 AI다. 내비게이션이나 AI 스피커 등 특정 목적에 제한됐던 그동안의 AI에 이어 최근 학계와 업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초거대 AI 기술이 발전하면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 같은 AI가 된다.

LG AI연구원은 1초에 9경5700조번의 연산 처리를 할 수 있는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해 올 하반기에 60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공개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조 단위 파라미터의 초거대 AI도 개발할 예정이다. LG 관계자는 "글로벌 제조기업 중 이만한 규모의 초거대 AI 개발은 첫 사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파라미터 규모가 커질수록 AI 지능이 높아진다. 현존하는 초거대 AI 언어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AI연구소 '오픈AI'의 'GPT-3'는 1750억개 파라미터를 갖췄다. LG AI연구원은 그보다 3배 이상의 파라미터를 갖춘 AI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GPT-3'는 사람처럼 대화하거나 수필이나 소설을 창작한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하는 '초거대 AI'는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데이터까지 추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17일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AI 토크 콘서트’에서 1억달러를 투자해 개발하는 초거대 AI(인공지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LG

"모든 분야서 전문능력 보유…항암백신 개발 등 사업 무궁무진"초거대 AI는 LG의 업무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초거대 AI로 250년 동안의 화학 분야 논문과 특허를 자동으로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종합적인 물질 데이터베이스를 갖추면 최적의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찾아 더 안전하고 오래가는 전기차의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퍼카를 닮은 로봇 청소기 디자인'이라는 내용만 입력하면 AI가 디자인 시안 수백개를 자동으로 만들 수도 있다.

LG 관계자는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 역량을 갖춘 AI가 전문가 수만명이 필요한 일을 혼자 처리하는 셈"이라며 "인간의 면역 체계를 활용한 항암 백신 개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감정 분석 같은 무궁무진한 분야에 AI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초거대 AI를 만들어 꿈의 영역이었던 과제들에 도전하겠다"며 "올 하반기 연구 성과물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구글·네이버도 개발 박차…전세계가 '초거대 AI 붐'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초거대 AI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AI 기업인 센스타임과 화웨이도 초거대 AI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네이버와 SK텔레콤 (50,900원 ▼100 -0.20%), 카카오 (47,500원 ▼1,500 -3.06%) 등이 '초거대 AI'를 개발 중이다. 네이버와 서울대는 지난 10일 초거대 AI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언어·이미지·음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초거대 AI 개발에 착수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도 지난 3월 체결한 'AI·ESG(환경·사회·지배구조)·지식재산권 협력 업무협약'을 통해 인프라부터 데이터와 같은 전 개발 영역에서 초거대 AI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