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점차, 3볼, 마운드엔 야수... 꼭 홈런을 쳐야 속이 후련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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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기자

미네소타 아스투딜로가 18일 자신에게 홈런을 때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는 메르세데스를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영화 '해바라기'에 나오는 김래원의 명대사다. 스포츠에 적용하자면 이미 백기를 든 상대에게 집요한 공격을 펼치는 상황이다.

18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불문율 논란이 벌어졌다. 15-4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상대가 투수를 아끼기 위해 야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3볼에서 4구를 때려 홈런을 날린 것이다.

MLB.com은 이를 두고 "불문율이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미네소타 트윈스가 미국 미네소타 타깃필드에서 격돌했다. 화이트삭스는 6회까지 14-3으로 크게 리드해 트윈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8회 양 팀이 1점씩 주고받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트윈스는 4-15로 뒤진 9회초, 백업 야수 윌리안스 아스투딜로를 투수로 내세웠다. 이미 넘어간 경기에 투수를 아끼기 위해서다. 몇몇 투구는 스피드가 너무 느려서 공식 홈페이지에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처음 두 타자를 쉽게 잡았다.

2사 후에 등장한 예르민 메르세데스는 자비가 없었다. 3볼에서 시속 47.1마일(약 75km) 공을 시원하게 타격해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MLB.com은 "스탯캐스트 집계 후 피홈런 타구 중 가장 느린 공"이라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이 장면을 불문율을 어겼다고 표현했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를 중계한 미네소타 방송 캐스터도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그는 "15-4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다만 정작 트윈스의 넬슨 크루즈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그저 똑같은 홈런 하나다"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