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1주년]⑤시민들 일기장 유네스코 등재…그날의 슬픔 고스란히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열린 광주시민 총궐기대회 모습.(광주시 제공)2021.2.13/뉴스1DB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4271권, 85만8904쪽'

지난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의 방대한 양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물에는 민주항쟁의 발발과 진압, 그리고 이후의 진상규명과 보상 등 과정이 담겨 있다.

기록물은 Δ국가기관 생산 자료 Δ군 사법기관 재판자료 Δ김대중 내란음모사건자료 Δ사진(흑백필름) Δ피해자 병원치료기록 Δ국회 진상규명 회의록 Δ국가의 피해자 보상자료 Δ미국의 5·18 관련 비밀 해제 문서 등으로 구분됐다.

그리고 그중 그날의 절박함과 긴박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기록물. 바로 1980년 항쟁기간 광주시민들이 직접 작성한 일기가 있다.

당시 학생과 시민들은 신군부의 폭력적인 만행을 고발하고 이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는 굳은 의지를 일기로 표현했다. 시위대에 나가지 못한 어린아이도 그날의 공포를 일기로 표현해 기록으로 후세에 알렸다.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자료들은 시민들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그들에 의해 보존됐다. 광주시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기록을 수집하고 보관해 왔다.

◇시민 김민주씨 "정의의 불꽃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광주시민 김민주씨(가명)의 한 달하고도 보름 간의 일기. 그의 1980년 5월26일부터 7월11일까지의 일기에는 신군부에 저항하는 광주시민들의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병원 치료를 받은 뒤 5월26일부터 회고하며 일기를 작성했다.

5월27일, 김민주씨는 "우리의 광주 의거는 이것으로 끝이 났나 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로서…", "그러나 역사는 증명할 것입니다. 진실은 꼭 밝혀질 것입니다"라고 아픔을 확신으로 이겨냈다.

이어 "정의의 불꽃들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불사조입니다. 무등산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장차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 당장은 실패라고 낙인이 찍혔지만"이라며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문용동 전도사 "무엇을 말하고 써야 하는가"

문용동 전도사의 일기에는 1980년 5월을 바라보는 종교인들의 참회와 고민, 고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난 무엇을 말하고 써야 하는가"라며 일기를 시작했다.

이어 "경찰과 학생의 충돌. 터지는 최류탄. 이래야만 되는가?"라고 자문하며 "다른 방법은 없는가. 왜 어린 저 전경과 동류인 학생들이 욕을 하고 돌을 던져야 하는가"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원망했다.

결국 문용동씨는 27일 끝까지 도청을 사수하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그를 지난 2016년 순직자로 인정했다.

1980년 5월 동산초등학교 6학년5반 김현경 어린이 일기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2021.5.19/뉴스1

◇13살 눈이 바라본 그날, 동산초 김현경 '무서움'

80년 당시 동산초등학교 6학년 5반에 다니던 김현경 어린이는 5월18일 일요일의 일기 제목을 '무서움'으로 적었다.

김 어린이는 "6학년 어린이인 나는 정치일에 관심이 많다"며 일기를 시작해 "요즘 우리나라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이틀이 지난 뒤 현경이의 일기장의 제목은 역시나 '무섭다'.

현경이는 "광주시가 왜 참혹하게 됐는지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며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그런 참혹한 일이 빨리 광주시에서 아니 우리나라에서 없어져야 겠다"고 했다.

일기는 13살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그날의 공포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했던 날들, 그리고…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평범했던 시민들의 평범한 날들은 일기에서도 볼 수 있듯 군부의 총과 칼로 마구 찢겨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일기장은 잔혹했던 그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있고, 연필로 꾹꾹 눌러쓰여진 글씨들은 현재 우리의 가슴을 더욱 날카롭게 파고든다.

그날 이들이 겪은 슬픔들은 기록으로 남아, 그들에게 총구를 겨눈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증거가 됐다.

1980년 광주시민들의 일기들은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추모관에서 오는 7월까지 '봄날, 안부를 전하다'는 이름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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