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김골라 챌린지 참여하라"…'챌린지 전성시대' 효과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저출산 극복 범국민 포함 챌린지'에 참여했다(오세훈 서울시장 페이스북).© 뉴스1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SOS 챌린지, 저출산 극복 챌린지, 119 챌린지, 어린이 교통안전 챌린지, 고고 챌린지, 자치분권 기대해 챌린지, 미얀마 민주주의 응원 챌린지, 고맙습니다 필수노동자 챌린지, 착한임대료 확산 챌린지….

지방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서 '챌린지'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자치구 구청장들이 참여한 챌린지 종류만 10건 가까이 된다. 대부분 구청장들이 한 달에 1건 이상 챌린지에 참여했다.

◇저출산 극복·아동학대 근절…올해 등장한 챌린지만 10여건

각종 챌린지는 '아동학대를 근절하자', '저출산을 극복하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은 뒤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지목을 받고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저출산 극복 범국민 포함 릴레이 챌린지'를 올렸다.

저출산 챌린지는 아이 낳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취지로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시작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고 함께 지키고 함께 행복한' 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은 뒤 다음 주자를 지목하면 된다.

오 시장은 '김골라 챌린지'에도 지목당했다. 출·퇴근 시간에 혼잡한 김포 골드라인을 직접 경험하는 챌린지로 인천 검단·경기 김포 시민들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오 시장을 지목했다. 지난 17일에는 이낙연 대표가 출근 시간에 김포 골드라인을 체험했다.

다만 오 시장이 김골라 챌린지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5호선 연장에 관해 사업성과 운영 대책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7일 오전 김포 골드라인 장기역에서 9호선 국회의사당역까지 지하철로 출근하며 출근길 혼잡도를 체험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실 제공) 2021.5.17/뉴스1

◇'덕분에 챌린지' 이후 급증, 쉽게 이름 알릴 수 있어 인기

단체장들의 각종 챌린지는 지난해 '덕분에 챌린지'가 인기를 끈 후 크게 늘었다.

덕분에 챌린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지친 의료진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수어로 감사와 존경을 표시하는 캠페인이다. 지난해 정치인뿐 아니라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서도 넓게 퍼졌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덕분에 챌린지 이후 각종 챌린지가 2배 넘게 늘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종 행사가 취소된 것도 영향을 줬다.

이전에는 단체장들이 각종 행사에 참석해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면 이제는 챌린지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를 대신하고 있다.

챌린지는 피켓을 준비해 사진만 찍으면 되기 때문에 예산이나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다. 행사에 직접 참석하는 것보다 적은 품을 들이고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셈이다.

◇사진만 찍고 끝나는 챌린지, 의미 있을까

다만 일간에서는 이런 챌린지가 지나치게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체장들이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는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판이다. 너무 많은 챌린지가 범람하다 보니 의미가 옅어지고 관심을 못 받는 챌린지도 많다.

'덕분에 챌린지'와 달리 최근의 챌린지들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 경우도 드물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강모씨(28)는 "각종 챌린지 중 들어본 게 하나도 없다"며 "이런 보여주기식 챌린지보다 저출산 지원을 늘리고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단체장들의 저출산 챌린지에 대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자는 인식을 확산하는 건 과거 여성을 도구로만 보던 시각에서 한 발짝 나아갔다"면서도 "구청장이나 시장이라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권한이 있는데 단순히 챌린지만 하는 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극도로 짧은 만큼 남성 단체장들의 경우 직접 가사노동을 한 뒤 인증샷을 올리거나 구체적으로 자신의 지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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