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세균 '즈려밟은' 전두환 기념비…왜 5.18 묘지에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바닥에 묻힌 전두환 전 대통령 비석./사진=뉴스1

(왼쪽부터) 지난 18일 광주북구 망월묘역을 찾은 정세균 전 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 2018년 5월 18일 망월묘역을 찾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스1,뉴시스

5·18을 맞아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을 찾은 여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묘역 입구의 이른바 '전두환 기념비'를 밟은 사실이 화제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광주 북구의 망월묘역을 찾아 참배하기 앞서 입구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았고, 정 전 총리 역시 같은 날 미얀마 유학생들과 묘역에 들어서며 전두환 기념비를 밟았다.

전두환 기념비는 광주를 찾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거치는 '명소'와 같은 곳이다. 여당의 또 다른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국무총리 재임시절인 2018년 5·18 기념식에 앞서 전두환 기념비를 밟았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또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망월묘역 참배 전후로 전두환 기념비를 밟는 순서를 빼놓지 않았다.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바닥에 묻힌 전두환 전 대통령 비석./사진=뉴스1

5·18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묻힌 이곳에 학살 주역인 전두환씨의 '기념비'가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당초 이 비석은 1982년 3월 전씨 내외가 전남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민박을 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비석에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 마을'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기념비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광주·전남민주동지회가 1989년 1월13일 묘역으로 옮겨 왔다. 특히 민주동지회는 비석을 부숴 묘역 입구 바닥에 파묻었는데, 참배객들이 전씨에 대한 분노를 담아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묘역을 찾은 많은 이들이 비석을 밟으며 '5월 광주'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한편 비석이 너무 많이 훼손돼 일각에선 '밟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씨의 만행을 기억하는 차원에서 비석의 글씨가 지워지고 원형이 부서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전씨가 5·18에 대해 진심어린 사죄를 할 때까지는 계속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