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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그널·물가·가계부채 3중 부담…한은 '기준금리 인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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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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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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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미국발(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 졌다. 빠르게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이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미국이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긴축 발작'으로 인한 타격이 경제 전반에 퍼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회복은 아직 더뎌 한은이 정책 결정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은과 금융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지난달 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내용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몇 참석자들은 "경제가 FOMC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진전할 경우 언젠가는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테이퍼링을 시사한 것은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로 처음이다. 테이퍼링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 단계로 해석된다.

시장은 다음 달 미국이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해 하반기에 구체적인 일정이 공개신할 신호로 인지했다. 윤여삼 메리츠 종금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정상화라는 논리를 들고 금융시장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할텐데 (한국은) 이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미국이 연내 11월 정도에 테이퍼링 선언을 할 수 있는데, 우리도 올해 안에 금통위에서 소수의견 정도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은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매입 중인데 오는 7월 말에 미국 부채 한도가 부활할 경우 현재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1조달러 자금을 시장에 풀어야 한다"며 "대규모 유동성을 빨리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면에서 테이퍼링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뉴시스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맞춰 금리 인상 신호탄이 올랐다는 분위기가 짙어진다. 한국에서도 대표적 물가 지표들이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한은이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7.68로 6개월 연속 상승했다. 약 9년만에 최고치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물가로 한 두달 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3% 올랐고 3년 8개월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제는 소비자물가 2%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를 뛰어 넘은 것이다. 저금리 기조 속 가계부채 등 민간신용도 급증해 부동산과 주식시장·가상자산(암호화폐)시장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25조 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6조 1000억원 늘었다.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물가를 잡으려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전체 경기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점이 한은의 딜레마 지점이다. 이스라엘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2차 접종을 마쳤고 미국과 영국도 접종률이 30%를 넘긴 것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는 한자릿 수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며 소득이 준 것도 걸림돌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1.3% 준 277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이 포함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고용의 질 양극화와 더불어 금융 불균형도 한은의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급작스러운 통화정책 전환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게 한은의 기본 입장이다. 현재 물가 상승이 수요 측면보다는 원자재와 농·축·수산물 등의 공급 측면에서 발생했고, 전년대비로 수치를 산출해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이 성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기준금리 인상시에는 물가 뿐 아니라 금융안정 요소 등을 고려했다"며 "공급측 물가 상승 요인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 영향을 주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 종료 등 이벤트를 앞두고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번 금통위에서 물가상승과 금융 불균형 우려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긴축 정책을 본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매파' 분위기가 점차 확산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성장률과 물가 모두 당초 예상보다는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을 고려해 물가 지표는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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