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같이 박힌 낡은 규제 없애야, K-반도체 육성책 적절"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아랫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경총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5.24/뉴스1

"잠재력이 높은 기업이나 진취적인 기업인들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엔 신중하고, 가시같이 박혀있는 낡은 규제를 없애는데 적극 나서야 합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24일 '경제자문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사말을 통해 "반도체와 같이 성장 가능성이 높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업종들은 규제혁신 같은 정책을 통해 한층 더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K-반도체 전략을 제시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내놓은 건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반도체 공장 신설이나 첨단화 같은 분야에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하는 만큼 우리 정부도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 전략산업인 반도체 육성을 위한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회장은 특히 올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보완입법을 조속히 추진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했다. 그는 "경영책임자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사망?사고에 대해서까지 매우 무거운 형벌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기업의 경영책임자들은 심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사고를 예방하는데 민간뿐 아니라 정부도 강력한 예방활동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도 기업에만 유례 없는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손 회장은 "취약한 업종이나 어려운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지원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최저임금의 경우 과도하게 인상되면 이에 따른 부담을 대부분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장려금을 지급해 근로의욕을 높이는 근로장려세제 확대 같은 유인책이 바람직하다"며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리적인 논의가 전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들도 혁신을 통한 성장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에 바탕을 둔 책임·투명 경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총의 '경제자문위원회'는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현황을 진단해보고 향후 전망과 정책방향에 대해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정규철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이 대내·외 경제환경과 한국경제 전망 및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으며, 윤증현 윤경제연구소 소장과 현정택 인하대 초빙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김원식 건국대 교수, 이인실 서강대 교수, 이인호 서울대 교수,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양준모 연세대 교수 등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정 실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3.8%를 기록할 것"이라며 "대내외 경제 여건을 종합하면 경기 회복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겠지만 부문별로 경기 충격과 회복 속도는 불균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한국경제 위험 요인으로 △백신 보급속도 지연 △국가별 경기 회복 속도 불균등으로 인한 경기 불안 △미?중 무역 갈등 지속 등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정 실장은 "확장적인 정책기조를 통한 단기적인 거시정책뿐만 아니라 정책 정상화 방안을 검토할 시기"라며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선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포용정책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시설 구축 및 제도개혁 추진, 인구구조와 산업구조 변화 등에 따른 지출구조조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