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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미 정상회담과 신흥기술 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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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융합산업과 표준화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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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6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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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미 정상회담과 신흥기술 표준화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해 한반도를 넘어서는 글로벌 이슈들이 망라됐고 미사일지침 해제, 백신, 대만, 북한인권 문제 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 공동성명에는 당장 이목을 끌지는 않았지만 우리 산업계, 기술계, 특히 표준계가 주목해야 할 내용도 들어있다. 'Open-RAN'이 그것이다. 두 나라는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의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Open-RAN 기술을 활용해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 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동시에 나온 '한미 파트너십 설명서'에는 'Open-RAN 기술개발 및 표준화 분야'라고 언급하면서 표준화 협력을 명시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문서에 '표준화'가 등장한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5G와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분쟁으로 기술표준의 문제가 단지 산업, 경제 차원을 넘어 지정학적 경쟁의 축이 됐는데, 이것이 한미관계에서도 한 요소가 됐다는 뜻이다.

5G, 6G는 일반인에게 익숙한 용어지만 Open-RAN(Open Radio Access Network)은 낯선 문구다. 이는 중국과의 5G 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미국의 과학기술정책 또는 외교정책 문서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용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국제관계전략 문서에는 5G, AI 등 신흥기술에서 표준화 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Open-RAN이란 5G, 나아가 차세대 무선통신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개념으로 제기된다.

미국이 5G 기술개발 및 표준개발에서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에 밀렸고, 이는 전세계의 5G 인프라가 화웨이 기술에 엮이게 (locked-in) 됐다는 의미다. 아주 오래전에 컴퓨터와 프린터 등을 한 회사로부터 사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보통 기술적으로 엮였을 때 프리미엄 가격으로 팔지만 화웨이는 하물며 더 싼 가격으로 공급한다. 이는 전세계의 5G 및 이후 차세대 통신장비 공급이 중국에 쏠린다는 뜻이다. 중국 LTE 장비를 구입한 회사나 나라들이 5G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이것이 표준의 힘이다. Open-RAN은 이런 틀을 바꾸고 (표준)기술을 장악한 벤더(장비공급업체)에 묶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개념으로 미국이 미는 방식이다. 연결을 특정 장비에 연동된 표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관제해 특정 장비에 묶이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인터커넥션 표준을 오픈소스화해서 특정 장비업체의 블랙박스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인터넷이 단시간에 확산할 수 있었던 것은 특정 장비 또는 특정 단말기 사용과 무관하게 통신을 가능하게 했던 표준화된 인터넷 프로토콜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Open-RAN 표준화가 확산하면 차세대 무선통신 분야에서 중국의 표준 선점 효과의 기반이 잠식될 수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동일한 내용을 포함시켜 Open-RAN을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표준화 방식으로 밀고 있다. 미국의 Open-RAN 전략이 먹힐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어쨌든 이것은 첨단분야, 특히 차세대 무선통신 분야에서 미국의 표준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화웨이 봉쇄로 득을 보고 있다고 판단되는 우리나라 5G 장비업체들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동통신 표준을 이끌어온 3GPP의 표준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향후 AI, 모빌리티 등 신흥기술 분야, 차세대 무선통신을 포함한 정보통신 표준화의 전개는 어떻게 될 것이고,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중국, EU 등 미국의 기술 아성에 도전하는 나라들은 AI 등 신흥기술 분야의 표준화 또는 지식재산권의 장이 아직 무주공산이라 여기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표준, 규칙(룰)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도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 속에서 첨단기술 분야의 표준화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규칙 제정의 장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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