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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도 안데르센 동화처럼[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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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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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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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허드슨 야드에서 열린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준비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9.2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허드슨 야드에서 열린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준비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9.24/뉴스1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안데르센의 동화는 대개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행복한 일상을 누리던 주인공이 갑작스레 시련을 당하고 이를 해쳐나가면서 한층 성숙해지는 '영웅 신화'의 마지막도 동일하다. 어찌보면 수많은 종교와 신앙의 원천도 동일하다. 갖은 고생과 시행착오로 당장은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견디고 극복해내면 행복한 결말에 이를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역사로 점철된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지 않고 지금껏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인 위기는 다시금 인류에게 고생과 시행착오의 반복을 강요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길의 끝에서 지속가능한 번영이라는 해피엔딩을 만날 수 있을까.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이하 P4G)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안데르센 동화의 결말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런 결말을 원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 길을 가장 먼저, 앞장서 걸어간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각오해야 할 일이다.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위해선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을 비롯해 선진국들의 잇딴 탄소중립 선언은 수많은 이들의 혹독한 희생을 전제로 한다. 산업계의 경우 당장 엄청난 온실가스 배출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당장 한국은 7억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30년 안에 4000만톤으로 94% 가량 줄여야 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목표시기인 2030년까지 향후 9년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40~45% 감축해야 가능한 수치다.

아울러 모든 산업구조 자체를 저탄소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값싼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비용을 치루더라도 효율높은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장치를 달아야 한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를 사용해온 전통 산업구조의 해체와 전환이 가속화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다. 제대로된 준비없이 맞닥뜨리면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다.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효율성만 따지는 기존의 경제관념만으로는 격변의 시기를 헤쳐갈 수 없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진부하기 이를데 없는 표현이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기후변화의 위기는 탄소중립 경제라는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켰다. 코로나19(COVID-19)로 멈춰섰던 세계경제를 다시 돌리기 위해 세계 각국이 그린뉴딜에 나섰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엄청난 돈이 쏟아지고 있다. 대규모로 이뤄지는 친환경 인프라 투자와 소비패턴 전환 전략은 기후 친화적인 밸류체인(공급망)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이 새로운 시장 선점에 나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러한 새로운 시장의 질서다. 이에 순응하지 못하면 '기후악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출범한 P4G 정상회의에 이번부터 미국이 참여한다. 주요국 정상급 인사와 국제기구 수장, 코카콜라 등 글로벌 대기업 대표 등도 대거 참석한다. 이번 P4G 정상회의가 탄소중립 시대 새로운 시장 질서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쇼룸(Show room)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국내 굴지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이번 P4G 정상회의 부대행사에 직접 참여해 ESG 경영, 탄소중립 신기술 개발 동향 등을 소개하는 배경이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P4G 정상회의를 통해 기후악당이 아닌 기후변화 대응 모범국의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경쟁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가혹한 희생이 뒤따르지만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다. 늦어서도 안되지만 과속도 금물이다. 그만큼 능동적이고 주도적이어야 한다. 남에게 떠밀려 가서는 희생만 클 뿐 과실도 거둬들일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 주무부처인 환경부 뿐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달성을 위해선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방안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달렸다. 그래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해피엔딩에 한발 더 가까워 질 것이다.
탄소중립도 안데르센 동화처럼[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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