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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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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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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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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 수서역을 나서면 낯선 풍경을 접할 수 있다. 고속철도 SRT에서 내린 많은 이들이 한 정류장으로 향한다. 정류장에는 대형병원의 셔틀버스가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기다린다. 낯선 풍경은 SRT 개통 이후 수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거듭났다.

서울에서 살다가 지방 혁신도시로 옮긴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은퇴 후 혁신도시에서 계속 살 생각인가요?" 그 때도 병원 이야기가 나왔다. 생활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지만 병원을 생각하면 "글쎄요"라고 했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 특히 노년층은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걱정한다.

지방은 청년들에게 더 고달픈 공간이다. 무엇보다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방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한다. 지난 20여년간 130만명 이상의 20대 지방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겼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지방을 앞지른 이유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방소멸의 우려를 전하며 SK하이닉스의 반도체클러스터 입지를 자주 거론한다. SK하이닉스는 경북 구미의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최종 입지를 경기 용인으로 결정했다. 수도권에 인재가 더 많기 때문에, 역으로 지방에서 인재를 뽑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강대 중앙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공간적 마태효과'라는 흥미로운 표현을 쓴다. 마태복음 25장29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을 인용한 표현이다. 수도권은 '있는 자', 지방은 '없는 자'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방소멸의 현주소다.

지방대의 위기는 그래서 더 아프다. 지방대는 지역의 청년 인구를 그나마 붙잡고 있던 공간이다. 하지만 올해 대부분의 지방대는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지방대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싶지만 올해는 '믿었던' 거점국립대학조차 위기의 대열에 동참했다.

아쉬운 건 대응이다. 지방대의 위기는 갑자기 찾아온 위기가 아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2002년생은 초저출산의 시작을 알린 세대다. 2001년 55만9900명(합계출산율 1.309명)이던 출생아 숫자는 2002년 49만6900명(1.178명)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으로 분류한다.

20년 전부터 예고된 위기였지만 대학은 정원 조정 등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도 위기가 가시화되자 뒤늦게 나섰다. 단순히 교육 정책만의 문제는 아니다. 근본적인 변화에 모두가 무관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지방대의 위기를 두고 범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논의가 있어야 했다.

지방대의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방대의 위기를 시작으로 예고된 지방의 위기가 가시화될 것이다. 중앙정부의 관심이 크지 않자 먼저 나선 곳은 지방이다. 위기를 느낀 광역자치단체들은 행정통합과 특별지자체 등 통합을 이야기하며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그러나 내년 7월 행정통합을 목표로 주민투표까지 염두에 뒀던 대구와 경북은 관련 논의를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이해관계가 엇갈렸고, 코로나19(COVID-19)라는 악재까지 겹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통합 이후 '당근'이 불분명한 것도 큰 영향을 줬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의 통합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판단한다면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내년 대선은 지방소멸로 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변곡점이다. 지방소멸은 대선을 앞두고 각종 공약집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인수위원회가 가동돼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예고된 위기에 대한 대응이 과거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보고서 속에만 머물러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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