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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날 아파트에 비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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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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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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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은 덤덤하게 모든 범행을 인정했다. 얼굴에서 표정 변화를 읽을 수는 없었다. 셋의 목숨을 빼앗았지만 그 중 둘은 우발적이었다고 변호사를 통해 주장했다. 유족들은 "살인마에게 기회를 주면 안된다"며 오열했다. 1일 노원구 모녀 살해 사건 첫 공판이 열린 서울 북부지법 법정은 경악과 분노로 가득찼다.

사건을 복기할수록 '만약 그때 신고가 됐다면' 이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지난 3월 23일 저녁,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비명이 울렸다. 방음이 잘 안 되는 오래 된 복도식 아파트였지만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아파트에서는 세 모녀가 한 스토커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김태현이 살인을 계획하고 아파트에 들어간 것은 오후 5시 35분쯤이다. 자신이 스토킹하던 큰딸의 동생을 죽이고, 밤 10시 6분 귀가한 어머니도 살해했다. 그리고 밤 11시 30분쯤 들어온 큰딸은 마지막 희생자가 됐다.

김태현이 순차적으로 들어온 세 사람을 살해하는 데 걸린 시간은 6시간. 피해자를 밀쳐 넘어뜨리는 등 몸싸움도 있었고, 비명도 났다. 범행 중간에 누구라도 신고를 했다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다.

실제 경찰의 탐문수사 결과 주민 일부는 비명을 들었다. 평소 아파트가 외부인 잘 들어올 수 있는 구조라 소란한 경우가 많아 112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평소와 같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범행은 25일에야 종료됐다. 큰딸이 며칠간 연락이 끊기자 친구가 신고를 한 것이다. 사흘간 주민들은 끔찍한 살해 현장을 옆에서 평소대로 생활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는 무관심과 함께 귀찮음도 있다. 신고했는데 별일이 아니라면 이웃 간에 괜히 얼굴을 붉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괜한 가정 싸움에 신고했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이웃에 대해 관심보다 무관심이 일상화됐다. 공동체 문화는 희미해졌다. 특히 코로나19로 그 경향이 더 심해졌다. 신고자 보호를 강화하고, 신고를 통해 범죄를 막았을 경우 주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때가 됐다. 무엇보다 이웃에 관심을 갖는 것이 강력 범죄뿐 아니라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등도 이웃이 감지하고 예방하는 길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난 현 상황에서는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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