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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위로금은 재난을 부른다[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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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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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위로금'이 추진된다. 여권은 빠르면 여름휴가 전에 지급하기 위해 논의를 본격화했다. 전국민 1인당 30만원씩 지급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재원은 세금과 빚이다. 더 거둔 세금이든, 갚아야 할 빚이든 모두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말 626조원에서 내년 1000조원대로 늘어난다. 이번 추경으로 1000조원 돌파 시기가 더욱 앞당겨지게 됐다. 지금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위기는 도둑처럼 찾아온다. 빚은 항상 복리로 늘어난다.

국가경제 관점에서 보자면 위로금은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 모든 경제 지표가 이제는 돈을 풀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를 떠받칠 연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소비를 늘리는 목적이라고 하지만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이미 지난 4월 120.5로 1995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과잉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년 만에 최고치에 달해 인플레이션 경고음은 커졌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2.1%나 뛰었다. 돈을 수십조 풀면 수요가 늘어 물가는 더 올라가기 마련이다. 금리 인상 우려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최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자 재정을 위해 국채를 증발할 경우 시장 금리는 더 올라간다. 기업과 가계가 재난위로금으로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추가 이자로 내야 할 수도 있다.

'위로금'이라는 말 자체에서 정부가 자주 사용하는 '선진화'나 '정상화', '개혁'이라는 표현에서처럼 특정 사고를 강요하는 1인칭 정권 시점의 폭력성을 본다. '위로'가 뜻하는 '괴로움을 덜어주고, 슬픔을 달래주는' 주체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중심으로 한 '선한' 여권이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국민은 시혜의 대상, '객체'로 볼 따름이다. 그런데 국민은 세금을 내는 '주체'다.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가. 내가 더 낸 돈으로, 또는 미래에 나와 후손이 낼 돈으로 누군가가 생색을 내면서 선물해준 소고기를 먹었다는 현자타임(현실을 자각하는 타임)은 곧 온다.

위로금이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끌어올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작년 4·15 총선 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쏠쏠한 재미를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지금은 일회성이라고 하지만, 대선 정국 등을 거치면 이같은 돈뿌리기가 상설화 수순을 밟을 소지가 다분하다. 벌써부터 여든 야든 대권 주자들은 재정을 공유지처럼 인식하고 마음대로 더럽히고 훼손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재정 건전화 방안을 물으면 하나같이 이건희 처자식 같은 사람들에게 상속세를, 삼성전자와 같은 재벌기업한테서 법인세를, 강남 부자들한테서 종부세를 거두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망세, 징벌적 과세, 죄악세'라고 불릴만한 세금으로 재벌 대기업도 사라지고 투기꾼도 사라지면 모두가 행복해질까. 그런 '적'들이 사라지더라도 생산이 아닌 재분배만을 지상목표로 삼는 이들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내부에서 적을 만들 것이다. 정부의 개입은 필연적으로 경제적 효용의 손실을 부르기 때문에 시장 경쟁 상황보다 국부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화합과 통합이 아닌 분열이 일상이 된다. 로빈후드, 혹은 활빈당식 경제 관념으로 국가가 지속가능할 수 없는 이유다. 홍길동이 세웠다는 모두가 행복한 율도국은, 모두가 꿈꾸지만 소설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파국이 뻔한 '탐닉'을 조장하는 것은 나쁜 정치다. 국민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은 돈을 뿌리는 것이 아닌 통합과 공정,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재난위로금은 결국 또다른 재난을 부른다. 통합과 공정, 정의를 구현하는 데 실패한 '실정'을 돈으로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기 위로'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재난위로금은 재난을 부른다[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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