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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전 재산 날렸다"…주식중독에서 빠져나온 그 의사의 치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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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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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356>주식투자 실패자·중독자를 위한 치유법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서점에 가면 주식으로 돈 버는 비법을 가르쳐주는 책들이 넘쳐난다. 주린이도 단숨에 고수가 되는 성공 방식에서 수익률 수천 퍼센트를 자랑하는 성공한 고수들의 투자비법까지 그 내용이 다양하다. 요즘엔 삼프로TV와 같은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도 너무나 많이 생겼다.

시중에는 주식 성공담과 성공한 고수나 전문가의 투자비법이 넘쳐나지만, 그들의 성공 방식을 아무리 따라 해도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실 더 많다.

우리 주변에는 주식투자 실패로 자책하는 사람, 실패를 반복하고 멘탈이 무너진 사람, 급기야 돈도 몽땅 잃어버린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종일 주식 생각만 하다 직장에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시도 주식에서 눈을 못 떼는 주식 중독자들도 적지 않다.

세상에 주식 성공담은 넘쳐나지만 주식투자 실패와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의 치유서는 전무하다. 인생에서 실패하고 상처받은 사람에게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듯이, 주식투자 실패자에게도 무너진 멘탈을 회복하는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다.

미국 드라마 '빌리언즈'(Billions)를 보면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가 사내 정신과 의사를 두고 소속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상담 받게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월가의 투자가들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 마당에 하물며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 실패와 중독에 따른 고통을 외면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신간 '살려주식시오'(2021, 위즈덤하우스)의 저자 박종석 구로 연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도 과거에 주식투자로 전 재산을 잃고 주식 중독을 심하게 앓았던 정신과 의사다. 도박이나 알코올중독 등 중독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도 주식투자의 실패와 중독 앞에서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주식투자로 인생의 바닥으로 떨어진 박 원장의 실패담을 들어보자.

박 원장은 서른 중반인 2011년 12월 당시 전 재산 5000만원과 마이너스 통장으로 빌린 3000만원을 합쳐 총 8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2년도 채 안 돼 8000만원으로 시작한 주식 계좌가 2500만원이 됐고, '다시 주식투자를 하면 손목을 자르겠다'는 결심을 한 뒤 모든 주식을 매도하고 주식 계좌를 해지했다. 그리고 한동안 성실한 의사로 돌아가 본업에 열중했다.

그러다 2015년 9월, 자책과 욕망에 이성을 잃고서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모아온 예적금 2억원을 해지하고 은행에서 의사 면허증을 맡기고 마이너스 통장 1억원을 빌려 총 3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리고 두 달 만에 주식은 반토막이 나 1억5000만원이 날아갔다. 그래서 월급이 짠 서울의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월급을 많이 주는 지방의 한 병원으로 이직했다. 그리고 지방에서 본격적으로 주식 중독자의 삶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병원 일, 환자 상담은 뒷전이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스마트폰을 눈에서 떼지 않았다. 그리고 매달 1000만원씩 10개월간 주식 투자에 더 부었다. 선물옵션, 레버리지, 급등주 따라잡기 등등 안 해본 게 없었다.

2016년 12월 그의 주식 계좌는 8400만원으로 -79% 손실(총 투자액 4억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당시 그는 주식에 빠진 의사, 우울증에 걸린 의사로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받았다. 결국 병원에서 해고통지를 받고 잘리는 신세가 됐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후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가족과 친구와의 연락도 모두 차단했다.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월급을 가장 많이 주는 또 다른 지방의 한 병원으로 구직원서를 냈다. 그는 인생의 아무런 희망이나 의욕도 없었다. 이렇게 박 원장은 주식투자 실패와 중독으로 인생의 바닥까지 떨어졌다.


여기까지가 박 원장의 주식투자 실패담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그가 어떻게 주식투자 실패와 중독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는지 들어보자.

박 원장이 주식 실패로 인한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주식매매프로그램인 HTS를 삭제한 것이다. 비밀번호를 일부러 다섯 번 틀리고 지점에 가지 않으면 로그인이 안 되게 만들어 버렸다. 네이버 초기 화면에서 코스피 숫자조차 보지 않으려고 인터넷 시작화면을 아예 교보문고 사이트로 바꿨다.

그후 술을 끊는 알코올 중독자처럼 심한 금단 증상에 시달렸고 파란색만 보면 기분이 나빴으며 밤마다 주식이 폭락하는 악몽을 꿨다. 지방에 머무르며 1년간 서울에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인터넷과 신문을 최대한 멀리했고, 고전 소설을 읽었다.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을 때 비트코인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를 만큼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끄고 살았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2018년 1월에 주식 계좌를 확인했더니 8400만원이던 주식 계좌는 2억5000만원으로 불어 있었다. 만약 1년을 버티지 않고 중간에 확인했다면 분명 여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정리했을 게 틀림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투자'라는 격언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박 원장이 그의 저서에서 자신의 부끄러운 주식투자 실패담을 낱낱이 밝힌 이유는 자신처럼 주식투자 실패를 경험한 수많은 주린이와 실패의 고통을 견디고 나아가는 법을 나누기 위해서다. 실패하지 않는 비법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실패의 불안과 우울감을 인내하고 나약한 자신을 마주보는 법을 말하기 위해서다.

주식투자를 잘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투자 서적을 읽거나 인기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면 충분하다. 주식 초보인 박 원장에게서 주식투자 성공 방식을 배울 건 없다. 그러나 주식 실패자와 중독자들은 분명 박 원장의 말에서 치유와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박 원장은 "만약 당신이 주식으로 3000만원을 날렸다면 당신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무얼일까?"라고 묻는다. 친구의 위로일까 아니면 격려일까. 박 원장은 아니라고 말한다. 해답은 당신보다 더 많이 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예컨대 1억원을 날린 사람을 보며 '나보다 더한 놈이 있구나. 나만 망한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서로의 실패를 공유하면 진정 힘이 되는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박 원장은 말한다. 그가 자신의 부끄러운 실패담을 낱낱이 공개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주식 실패자와 중독자가 더 훌륭한 투자자로 거듭나려면 우선 무너진 멘탈을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


참고로 박 원장이 지난 2년간 주식 중독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직장인, 주부, 사업가 등 수많은 주식투자 실패자를 만나고 상담 치료를 했는데 이들에게 처음 권하는 처방은 이렇다.

*박종석 원장이 내리는 주식 중독자 치유를 위한 첫 처방
-당장 주식 앱과 프로그램을 삭제한다.
-주식 뉴스를 보지 말고 주식투자하는 지인을 멀리한다.

도박 중독이나 인터넷 중독, 쇼핑 중독처럼 주식 중독 역시 일종의 행위 중독에 해당한다. 여러분도 자가진단을 통해서 주식 중독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 예컨대 주식 창을 보지 않는 동안 금단 증상이 생기고 불안한지, 원금을 회수하겠다는 강박적인 집착이 있는지 등을 스스로 점검해보면 된다.

주식 중독에 빠진 이들은 대부분 번아웃과 우울증을 함께 겪는다. 현재 자신의 멘탈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투자에 집착하는 인지부조화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행동 조절이 전혀 안 되고 패닉에 빠진다는 점에서 공황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들은 계속 손실을 보면서도 똑같은 방식을 고수한다는 공통점이 관찰된다. 마치 카지노에서 매번 돈을 잃으면서도 도박장에 계속 다니는 사람처럼 말이다.

주식 중독으로 대인관계와 사회적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 예컨대 주식투자로 친구나 가족들과 멀어지고 싸우게 되었거나, 회사에서 지각 결근을 한다거나 업무에 전혀 집중을 못하고 있다면 심리상담사나 정신과로 찾아가 꼭 상담을 받을 것을 박 원장은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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