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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뉴스[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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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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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이 말은 '뉴욕 선'이라는 신문의 편집자 가트 보가트가 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독자들이 어떤 뉴스에 관심을 갖는지 잘 말해 준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은 뉴스가 되지 못한다. 사람이 개를 무는 것처럼 일반적이지 않고 드문 일이어야 신문에 실리고 방송을 탄다. 인간은 경험이 많을수록 감수성은 약해진다.

그런데 최근 뉴스에는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게 종종 등장한다. 개물림 사고가 많아져서가 아니다. 집집마다 '개조심'이라는 말을 대문에 써 붙이던 수십년 전에는 목줄 풀린 개들도 많아 개물림 사고는 일상이었다. 요즘은 개 관리가 그 때보다 잘 돼 개물림 사고도 뉴스가 된 것이다. 치안이 개선되고 인권 의식도 성숙해 개물림보다 더 심각하게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많이 줄어든 것도 이유다. 격언도 시대 변화와 함께 변해야 한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된다.

개의 본성이 무는 것이라면, 검찰의 존재 이유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잡아 처벌하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는 행위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 불문하고 특별하지 않았다. YS·DJ정부 때 현직 대통령의 혈족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옥살이를 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의 친형이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경제 공통체'라는 최서원씨 등 최측근에 대한 수사가 가차 없이 이뤄졌다.

관심의 대상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아니라 드러난 범죄행위였다. 범죄를 저지를 것 같지 않았던 사람이 저지른 범죄일수록 '의외성' 때문에 관심은 더 쏠렸다.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가 유력 대선주자가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안대희 전 대법관 정도가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국민검사'로 박수를 받은 정도가 전부다. 역대 정권에서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개가 사람을 무는 것'만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은 과거의 인식으로 보자면 아주 이상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수사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한 것 외에는 내세울 '업적'이 없다. 우리는 그가 다양한 분야에서 얼마나 식견을 갖추고 있는지, 인간성은 어떠한지 잘 모른다. 아직까지는 '묻지마 지지'에 가깝다.

윤석열의 부상은 그만큼 권력에 대한 수사가 '사람이 개를 무는 것'만큼 드문 일이 됐음을 보여준다. 세상이 바뀌었다.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는 뭉개고 기소는 지연시키는 게 일상이 됐다.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을 받는 검사는 영전하고 수사를 밀어붙인 이들은 좌천되고 감찰을 받는다.

그래서 조국 전 장관과 그 주변에 대한 수사는 아주 '특별한' 사건이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한쪽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검찰로 대변되는 공고한 기득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에 대한 반동일 수도 있다. 반면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그의 사퇴에서 이탈리아 검사들이 1980,90년대 마피아를 수사하다 살해당한 사건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일이 더욱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범죄'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수사 영역이 대폭 축소됐는데, 앞으로는 일선 지검, 지청은 수사를 시작할 때마다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 사전에는 '견제'가 있을 뿐이지 '통제'는 없다. 그동안 검찰이 막강한 권력으로 군림해 왔던 것도 사실이지만 수사 통제가 검찰개혁이 될 수는 없다. 검사들의 일탈이 문제라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권한을 키워 '견제'를 강하게 하면 될 일이다. 경찰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처리에서 보듯 아직 미덥지 않다. 범죄를 밝히는 검찰의 손발을 묶는다면 가장 기뻐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뉴스[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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