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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美 OTT의 블루칩 "이젠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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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수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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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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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사진제공=tvN
'사랑의 불시착', 사진제공=tvN

2010년대 초에 뉴욕에서 사귄 미국 친구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에 항상 가족이 등장하기 때문에 나이대가 다양한 배우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무명의 중년 배우였던 그는 나이든 배우들을 홀대하는 미국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해 불만을 표하곤 했다. 한국 지인들이 일하는 고된 촬영 현장이 떠올랐지만, 저렇게 감상할 수도 있겠다며 별다른 토를 달진 않았다.

2010년대 말에 인사를 나눈 나이지리아계 이민자 친구는 나이지리아에서 한국 드라마를 즐겼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가족 문화가 한국과 비슷해서 친밀감을 느낀데다, 자기와 자신의 엄마는 '시크릿 가든'을 보고 현빈의 팬이 되었다고 했다. 외국인은 잘 모르는 한국 드라마를 추천해달라는 말에 '비밀의 숲'을 소개하며, 언젠가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 사이에서 K팝이 화제를 장악했을 때와 비슷한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2021년, 지인들이 나같은 한국인 친구를 만날 때마다 반갑게 드러냈던 K드라마에 대한 호감이 이제 주류가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문화 유산의 달’이었던 지난 5월을 축하하기 위해 각종 미국 미디어에서 내보낸 콘텐츠는 다름 아닌 ‘K드라마 베스트 리스트’였다. ‘타임’ 코스모폴리탄’ ‘마리끌레르’ ‘버즈피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 주요 매체가 현재 넷플릭스와 비키(미국의 아시아 컨텐츠 OTT 서비스)에서 즐길 수 있는 K드라마 추천 리스트를 만들었다.

특히 ‘마리 끌레르’는 스크롤을 몇 분간 내려도 끝이 나지 않는 장장 50편의 리스트를 선보였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배우가 등장하는 영상 콘텐츠가 한정적이고 대다수 콘텐츠의 아시아계 주연은 드웨인 존슨(더 락)인 상황에서 넷플릭스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K드라마에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미국 거주 한국인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오가는 “미드 보러 넷플릭스 구독했다가 한드만 보고 있다”는 말이 한국인들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사랑의 불시착'을 연달아 보다가 밤을 세웠다는 미국 시청자들의 증언들이 튀어 나오고, '나의 아저씨'를 뒤늦게 본 파울로 코엘류 작가가 감동을 공유하는 세상이 되었다. 작년 팬데믹이 시작되던 시점에 런칭한 '킹덤' 시즌 2는 바이러스로 불안에 휩싸인 전지구인이 즐긴 시의적절한 콘텐츠가 되었다.

넷플릭스가 K드라마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기 전,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K드라마 OTT 서비스는 ‘드라마피버’였다. 2016년에 구독자 수가 200만 명이 넘었고 삼성 등 아시아계 대기업들이 기꺼이 광고를 내보냈다. 구독자들의 85퍼센트는 비아시아계라는 통계도 있었으니 K드라마의 범인종적 인기를 추측해볼 만하다. 그러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드라마는 연인끼리 진한 키스도 제대로 나누지 않고, 신분 격차로 인한 결혼 문제에 전전긍긍하는 소프 오페라가 대부분이라며 비웃음을 받곤 했다. 그리 고급스런 취향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서브컬처처럼 여겨적으나, 이제 TV 비평가들은 '펜트하우스'를 니콜 키드먼과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고퀄리티 드라마 '리틀 빅 라이즈'에 비교하고 '경이로운 소문'을 추천하기 위해 인기 영화 '고스터버스터즈'를 소환한다.

'빈센조', 사진제공=tvN
'빈센조', 사진제공=tvN

‘뉴욕타임스’는 K드라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서브웨이 샌드위치에 대해 기사화하며 미국 서브웨이 샌드위치 체인과는 사뭇 다른 쾌적한 공간과 푸짐한 샌드위치를 보고 의아해 하는 문화적 차이 및 PPL 효과를 분석한다. (양국의 서브웨의 샌드위치에 대한 인상은 상당히 다르다) 영화와 드라마 평점 사이트인 IMDB에선 '빈센조' '무브 투 헤븐' '마우스' 가 벌써 올해의 최고 K드라마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고, 아이돌 스타 백현이 OST를 부른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K팝 팬들을 설레게 만드는 최신 드라마다.

시장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킹덤' '사랑의 불시착' '스위트 홈' 등으로 K드라마에 있어 독보적인 브랜드가 된 ‘스튜디오 드래곤’은 '터미네이터'와 '탑 건' 시리즈로 유명한 스카이댄스 미디어의 TV 부문과 협력해 애플 TV 플러스를 위한 합작 드라마 'The Big Door Prize'를 만든다. JTBC 스튜디오의 행보는 더 공격적이다. 최근 HBO에서 성공리에 끝난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드라마 '메어 인 이스트타운 Mare in Easttwon'를 제작한 제작사 윕(Wiip)의 지분을 대거 사들여 메인 주주가 되었다.

K드라마의 오랜 팬들이 대화를 나누는 인터넷 게시판 레딧(Reddit)의 r/Kdram 커뮤니티에선 이 뉴스가 뜨자마자K드라마가 미국화되어 매력이 파괴될까 우려된다는 댓글이 달린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훌루, HBO 맥스, 애플 TV 플러스, 피콕, 파라마운트 플러스 등 더 다양해진 OTT 서비스가 미국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콘텐츠 전쟁에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K드라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처럼 구독자 유입을 위한 중요한 장르로 급부상했다. 우리끼리 주고받던 용어인 ‘한드’는 ‘K드라마’로 질적 변이를 일으키며 온 세상의 시청자와 유대감을 쌓고 있다. 한때 여느 미국 친구보다 ‘미드’를 많이 봤던 사람으로서, 앞으로 K드라마를 한국인보다 훨씬 더 잘 아는 외국 친구들을 만날 일이 더 빈번해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미국)=홍수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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