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중앙은행 "스테이블코인, 화폐로 쓰이면 은행처럼 규제 받아야"

영란은행 건물/사진=로이터

스테이블코인이 진짜 돈처럼 결제 등에 사용된다면 시중은행이 다루는 화폐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영란은행은 이날 내놓은 '디지털 화폐의 새로운 형태'란 보고서에서 "화폐로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시중은행들에 의해 제공되는 화폐와 동등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영란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기존 은행들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이용해 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를 즐겨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처럼 쓰인다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도 은행에 요구되는 자기자본비율 규제와 유동성 기준 등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결제 수단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전망은 많은 이슈들을 만들어 왔다"며 "디지털 통화의 새 형태에 대해서라면 까다롭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게 필수적"이라 했다.


영란은행의 이번 보고서는 최근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암호화폐)이 높은 변동성을 다시 드러낸 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미 달러, 영국 파운드화 등 법정화폐 가치와 연동되는 암호화폐의 일종이다. '진짜 돈'에 가치가 묶여 있어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는 암호화폐 시가총액 3위 테더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의 정책입안가들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더 면밀한 규제를 위해 잠재적 계획들을 저울질하고 있긴 하지만, 영란은행의 보고서가 현재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엄격하고 구체적인 요구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영란은행은 이번 보고서에서 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할 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영국 재무부와 영란은행은 지급제도 개선을 위한 CBDC 연구를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부 장관은 당시 이를 발표하며 자신의 트위터에 '브리트코인(Britcoin)?'이란 트윗을 남겼다. 수낙 장관은 영국이 금융 혁신의 선두에 서려면 "더 멀리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CBDC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CBDC 도입 등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상용화 구상을 밝혔고,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도 지난달 "디지털 달러는 새로운 중앙은행 화폐가 될 것"이라 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역시 디지털 화폐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